보육수당 같은 저소득층용 지원금을 부당하게 타 먹은 사람이 지난해만도 17만9663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3288억 원의 국민세금을 엉뚱한 사람이 챙겨 갔다. 이런 ‘가짜 빈곤층’을 가려내고 복지 비용의 ‘누수(漏水)’가 없도록 전달 체계를 갖추는 것이 무작정 복지를 확대하는 것보다 선행돼야 한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해 말 제시한 ‘사회보장기본법 전부개정안’은 이런 누수나 누락, 중복을 막도록 관련 정책들을 통합 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이에 대한 공청회를 주관한 이후 한나라당 내에서는 이 개정안이 깊이 있게 논의된 적이 없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 공세에 대응하고 대안을 제시한다며 지난달 18일 ‘지속가능한 복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21일 토론회 한 번 열고 나서는 개점휴업 상태다. TF 관계자는 “민주당이 무상복지 재원을 놓고 자중지란에 빠진 마당에 우리가 먼저 논쟁의 장을 마련해줄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TF가 제대로 활동하지 않는 이유 중에는 이미 ‘사회보장기본법 전부개정안’을 통해 큰 틀의 복지 방안을 내놓은 박 전 대표 등 당내 대권 잠룡들에게 정치적 과실이 돌아가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가 작용한다는 풀이도 나온다. 복지TF 단장인 심재철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 친이(李)계여서 ‘박근혜 복지안’을 미리 띄워주지 않으려 한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TF는 적극적으로 논의의 장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 중인 전면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에 대해서도 한나라당 지도부는 강 건너 불 보듯 하는 분위기다. 어제 165개 단체로 구성된 ‘복지포퓰리즘추방국민운동본부’가 주민투표 실시를 위한 본격적인 청구 작업에 돌입했지만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대통령 후보로 나설 가능성이 있는 오 시장을 부각시켜줄 필요가 있느냐”며 오히려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당 차원에서 오 시장을 도와주면 대선 후보 경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정파적 계산도 보인다.
한나라당 사람들이 민주당의 ‘공짜 복지’ 공세를 비판하면서도 박 전 대표와 오 시장을 지원하지 않는 것은 크게 보면 자해(自害) 행위다. 정치적으로 박 전 대표가 뜨느냐, 오 시장이 뜨느냐를 따져 재나 뿌리겠다는 속셈이라면 큰 정치인을 만들어낼 수 없는 불임(不妊) 정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파적 이해만 좇다가 정권을 잃어버리는 어리석음을 저지르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당내 소(小)이기주의에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는 정당이라면 정치 발전도, 정권 재창출도 멀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