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개헌 늦지 않다”는 대통령 발언, 현실감 떨어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2일 03시 00분


어제 90분간 TV로 생중계된 방송 좌담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20개가 넘는 이슈에 대해 답했다. 질문 중에는 이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을 비롯해 다소 까칠한 것들도 있었다. 당초 예고됐던 외교안보와 경제 문제를 넘어 개헌, 당청(黨靑) 및 여야관계, 인사(人事) 같은 정치적 문제까지 포함됐다. 국민이 궁금해할 만한 이슈들이 거의 망라됐고 답변도 그런대로 진솔한 편이었다. 청와대가 사전 기획한 좌담이어서 소통의 한계는 있었다. 우리도 선진국의 대통령이나 총리처럼 미리 짜놓은 시나리오 없이 기자들과 날선 문답을 주고받는 기자회견을 보고 싶다.

이 대통령은 개헌과 관련해 “남녀 동등권, 기후 분야, 남북 관련 문제 등도 손볼 필요가 있다. 누가 (다음) 대통령이 돼도 미래지향적으로 나라를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순한 권력구조 개편을 넘어 전 분야를 시대 상황에 맞게 고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개헌은 대통령 선거 때 국민에게 약속한 사안이고, 지금까지 학계와 정치권에서 많이 논의해와 여야가 머리를 맞대면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다는 말도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내의 역학구도나 야당의 반응을 보면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 같지 않다. 이 대통령이 개헌에 집착할수록 정치적 분란만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 대통령은 취임 3주년 개각이나 여야 영수회담에 대해 비교적 분명하게 답했다. 전세난이나 물가 대책과 관련해서는 정부의 다가구주택 매입 공급과 유류세 인하 검토를 비롯해 새로운 내용도 밝혔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문제에 대해서는 “(대선 때) 충청권에 가서 표 얻으려고 관심을 많이 보였던 건데, 과학자 입장에서 봐야 한다”고 말해 충청권이 반발했다. ‘세종시 논란’의 재판이 될 공산이 크다. 결국 세종시처럼 버티다 허망하게 무너져 충청도로 가고 말 것이라면 굳이 위원회를 거칠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도 든다.

이 대통령은 집권 4년차 소회에 대해 “아직도 2년이나 남았고,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답했다.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 우려에 대해서는 “나는 경력이 정치인 출신이 아니고 일하면서 살아왔다. 더 해야 할 일을 하고 떠나겠다”고 일축했다. 실용도 좋고 열심히 일하겠다는 다짐도 좋지만 국정은 일만으로 평가받지 않는다. 국민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의 정치’도 있었으면 좋겠다. 사회적 갈등을 녹이고 국민 통합을 이루는 데는 대통령이 보여주는 감동의 정치만큼 좋은 약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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