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학교선 ‘공짜 점심’ 먹이고 공부는 학원으로 내모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2일 03시 00분


세계적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는 2005년 영국 학교급식이 가공식품 일색이고 원가가 군용견 사료 원가(原價)보다 낮다는 사실을 TV 프로그램을 통해 폭로해 파문을 일으켰다. 영국은 낮은 원가 때문에 학교급식의 질(質)이 떨어져 학부모들이 자녀에게 학교급식 먹이기를 기피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3월부터 초등학교 1∼4학년에게 전면 무상급식을 제공하기로 최종 확정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책정한 한 끼 단가인 2457원으로 차려질 급식 수준이 어떨지는 예견하기 어렵지 않다. 서울시교육청은 ‘친환경 급식’을 주장하지만 친환경 식자재는 가격이 상당히 비싸다. 이 돈으로 정말 ‘친환경 식단’이 가능하리라고 믿기 어렵다. 지난해부터 장바구니 물가가 크게 올랐다. 구입 원가에 맞춰 식단을 짜다 보면 맛이 없다느니, 반찬이 부실하다느니 하는 학생들의 불만이 나올 공산이 크다. 학부모가 급식비를 좀 더 부담할 테니 나은 식단을 제공해달라고 학교 측에 요청해도 ‘전면 무상급식’ 시스템으로는 실현될 수 없다. 급식의 하향 평준화가 불가피하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정작 챙겨야 할 공교육 쇄신과 학력 향상에는 역(逆)주행하고 있다. 그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에 대비하는 학교를 문책하겠다고 한 데 이어 학교장 경영능력평가에서 학력증진 성과 항목을 제외했다. 학교 간 경쟁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학교 교문에 국제중, 특목고, 명문대 합격자 현수막을 내걸지 말도록 했다. 서울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결과는 연속해 전국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정책의 압권은 학생 동의 없이 방과후 수업이나 자율학습을 진행하는 경우 교장 경영능력평가에 반영하겠다는 조치다. 학생 스스로 야간자율학습이나 방과후 수업을 하는 학교가 몇 개나 되겠는가. 결국 하지 말라는 얘기다. 이 조치로 쾌재를 부르는 쪽은 교사와 학원들이다. 교사들은 늦게까지 남아 학생들을 지도하지 않아도 돼서 편하고 학원은 수강생이 증가해 좋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교를 지으라고 서울시교육청에 배정한 1037억 원이 급식예산 재원으로 유용됐다고 공개했다. 전면 무상급식을 위해 영어교육 예산과 학교시설 개선비용도 삭감됐다. 공교육의 질이 더 떨어질 판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점심을 학교에서 먹이는 대신에 공부는 학원에 가서 하라고 학생들을 내모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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