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분당의 한 초등학교에서 40대 여교사가 2년 3개월 동안 학부모들에게서 명품가방을 포함해 1000만 원 상당의 촌지를 받은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촌지 관행이 많이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부유층이 많은 일부 지역에서는 촌지 수수가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고 학부모들은 말한다. 이번 사건도 한 학부모가 장기간 증거를 수집한 뒤 경찰에 고발하면서 노출됐다.
해마다 스승의 날이 되면 ‘촌지 안 주고 안 받기 운동’이 벌어지지만 이벤트성에 그친 느낌이 있다. 이번 일을 보더라도 교육계 내부에서 요란했던 촌지 근절 운동이 별 효과가 없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08년 초중고교 학부모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교사에게 현금 상품권 선물 등을 제공한 경험이 있는 학부모가 전체의 18.6%를 차지했다. 최근에는 외부에 드러나지 않도록 휴대전화 기프티콘(모바일 상품권)이나 택배를 이용한 촌지 전달이 이뤄지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상과 촌지를 맞바꾸다시피 하거나 수금에 가까운 촌지를 받는 악성 교사들의 이야기도 나온다. 교사나 교장들이 서로 부유층 자녀가 많이 다니는 학교로 발령 받기를 원하는 것도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1999년 법원은 촌지를 받은 교사를 처벌하면서 뇌물죄를 적용했다. 2008년에 이어 2009년에도 실시된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서는 46.8%의 학부모가 촌지를 ‘뇌물’이라고 응답했다. ‘내 자식 잘 봐 달라’며 교사에게 금품을 건네는 학부모의 이기심은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교사 쪽에서 아이를 차별하거나 부모를 호출하는 ‘신호’를 보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런 신호를 거부할 만한 담력이 있는 학부모가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교사와 학부모의 관계에서 학부모는 ‘영원한 약자’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촌지 근절을 위해서는 학교와 교사가 먼저 받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최근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에서 교사의 비리가 한 번만 적발돼도 퇴출시키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런 제도를 전국에 확대할 필요가 있다. 교육당국도 적극적으로 촌지 근절에 나서야 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감사관실 산하에 특별감찰팀을 만들기로 했다. 첫 감찰 대상으로 촌지 교사를 색출해 엄벌한다면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다. 오늘도 성실하게 학생 지도에 헌신하는 대부분 교사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촌지 교사는 교단에서 반드시 배제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