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성호]총알 하나로 아덴만 영웅들 욕보여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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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8일 03시 00분


이성호 사회부 기자
이성호 사회부 기자
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58)의 몸에 박힌 총알 중 한 발은 한국 해군이 쏜 것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호주얼리호 피랍 사건을 수사했던 남해지방해양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육안으로 확인한 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식 의뢰된 총알 세 발 중 한 발은 우리 해군이 사용하는 권총탄이나 MP-5 9mm 기관단총탄 또는 MP-5 소음탄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해경 발표가 알려지자 인터넷상에서는 의혹 제기 차원을 넘어 음모론까지 나오고 있다. 일부 누리꾼은 네이버 다음 등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우리 군이 석 선장을 쐈다는 총알 미스터리가 사실로 드러났다”며 “이번 작전은 무모한 도박이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근거리에서 정조준한 총알이 어떻게 유탄이 돼 날아가느냐”며 군 발표를 반박하는 글도 올라왔다. 나아가 “정부가 ‘완벽한 작전’으로 포장하기 위해 우리 군의 총격 사실을 숨겼다” “잃어버린 총알 한 개도 한국군이 쏜 총알일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물론 이는 정부가 자초한 측면도 있다. 유탄이나 오조준탄 여부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정부는 “우리 군의 탄알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만약 “유탄 여부는 확인해야 한다”고 신중한 자세를 보였으면 의혹이 이렇게 커지진 않았을 것이다. ‘제2의 아덴 만 여명작전’이 완벽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라도 꼼꼼한 사후 복기(復棋)가 필요한 이유다.

그럼에도 이를 ‘거대한 음모’로 몰아가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이번 작전은 해외에서 이뤄진 첫 ‘국민 구출 작전’으로 위험부담이 컸다. 이는 정부와 군사전문가뿐 아니라 많은 국민이 알고 있다. 반복되는 해적 피해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작전이었다는 것도 대부분의 국민이 수긍한다. 사실 작전 과정에서 인질이 희생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설혹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해도 해군을 비난할 수는 없다. 특히 목숨을 걸고 임무를 수행한 군인에게 화살을 돌리는 것은 옳지 않다.

최진태 한국테러리즘연구소장은 “사방이 철제 구조물로 둘러싸인 선박은 유탄 발생 소지가 아주 높다”며 “이런 상황에 책임을 묻는다면 인질 사건이나 해적 납치 선박 구조 등 특수 작전에 마음 놓고 요원을 투입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석 선장 몸에서 유탄이나 우리 해군이 쏜 총탄이 발견됐다고 해서 이를 군에 대한 비판이나 나아가 음모론의 근거로 삼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보지 못한 무책임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성호 사회부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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