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어제 KBS 수신료 인상안에 대해 논의했으나 결론을 못내고 KBS 관계자를 불러 의견을 듣기로 했다. 방통위에서는 2TV 광고를 지금처럼 유지하면서 수신료만 3500원으로 올리자는 KBS 이사회안(案)에 대해 제작비 절감의 노력이나 KBS 발전의 청사진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적 의견이 적지 않았다. 글로벌미디어 환경과 국내방송 현황을 둘러보건대 KBS에 대한 답은 분명하다고 본다. KBS를 상업광고로부터 해방시켜 시청률에 얽매이지 않는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나게 할 때다. 다(多)매체 다채널의 무한경쟁 시대를 맞아 시청자는 광고 없는 청정(淸淨) 공영방송을 가질 권리가 있다.
지난 30년간 국내방송은 3개 지상파의 독점 지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공영방송은 방송의 공적기능과 독립성을 위해 국민이 방송 재원을 부담하는 방송이다. 그런데도 KBS는 재원의 40%를 상업광고에 의존하는 바람에 공적기능도, 독립성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다. 작년 KBS의 경영분석을 한 보스턴컨설팅그룹도 KBS가 진정한 공영방송이 되는 방안으로 상업광고를 폐지하고 수신료 중심의 안정적 재원구조를 확립할 것을 제시했다.
KBS는 공영방송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방송의 질에서 상업방송과 한 치도 다르지 않았다. 이번에 수신료 인상안을 제출하면서도 비대한 조직의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KBS는 인건비가 예산의 36%나 될 정도로 인력이 방만하다. 영국 BBC나 일본 NHK는 상업광고 없이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어 낸다. BBC는 ‘오락 프로그램이 단지 웃기기 위해 모욕을 주거나 거슬리는 발언을 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 따라 오락 프로그램도 품위 있게 만들려고 애쓴다. 일본 NHK 경영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고모리 시게타카 후지필름홀딩스 사장은 “공영방송은 한 나라를 대표하는 방송이므로 국가의 공식 견해나 국익을 대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공영방송을 위해 영국 국민은 연 27만 원, 일본은 21만 원 정도의 수신료를 낸다.
올 하반기부터 지상파의 독과점 구조가 깨지고 종합편성채널이 4개, 보도채널이 1개 더 등장해 방송환경이 획기적으로 변화한다. 새롭게 출범하는 종편 채널들이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제도적 후속 조치와 지원이 중요하다. 방통위는 광고를 완전히 없앤 KBS에 대한 비전을 갖고 독자적인 수신료안을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