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가계 빚, 경제 뿌리째 흔들지 않게 관리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10일 03시 00분


회사원 A 씨는 부동산값이 치솟은 2006년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지금까지 이자만 갚아가고 있다. 신용도가 낮은 편인 B 씨는 의료비와 전세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신용협동조합에서 대출을 받았다. 이런 식으로 가계가 금융기관에서 빌려 쓴 금융 부채가 지난해 말 900조 원을 돌파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연평균 12%의 급증세다.

우리의 가계부채 부담이 외국보다는 덜하다는 주장도 있다. 2009년 말 한국의 가계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86%로 92∼111%였던 일본 미국 영국보다 낮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 나라에서 이 비율은 2006년 이후 낮아진 데 비해 한국은 계속 높아졌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소득이 줄고 고용이 불안해지자 미국 등 주요국 가계는 긴축을 했다. 반면에 한국의 가계는 소득 이상의 소비를 하느라 빚을 더 냈다.

지금까지는 저금리와 주가상승 덕에 큰 사고가 없었지만 올해에는 금리 인상 추세에 따라 가계가 부실화할 우려가 커졌다. 이자 부담이 늘어 원리금을 제대로 갚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통계청이 조사했더니 빚을 낸 가구의 72%가 “원리금 갚기가 부담스럽다”고 응답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대출 금리가 2%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이자 부담이 연간 18조 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가계 부채로 인한 파산이 늘어나면 소비가 줄어들고 금융기관 부실이 커지면서 경기침체와 금융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정부는 가계 빚 악화로 우리 경제가 뿌리째 흔들리는 일이 없도록 빈틈없이 관리해야 한다. 가계 대출이 빠르게 늘어나는 것부터 억제할 필요가 있다. 가계 대출의 구조를 대폭 바꾸도록 정책적으로 유도해 부실 위험을 줄여 나가야 한다. 현재 가계 부채의 60%를 차지하는 주택담보 대출의 만기는 평균 13.8년으로 계속 짧아지고 있고 변동금리 비중이 90%를 넘어 금리가 오를 경우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은행 대출이 통제되자 ‘풍선 효과’로 상호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가계 대출이 급증하고 연체율도 높아져 불안 요소가 커졌다.

급증하고 있는 국가채무 가운데 국민이 갚아야 하는 적자성 채무가 절반을 넘는다. 공공기관 부채도 곳곳에 숨어 있다. 국가 공공기관 가계, 세 곳 모두에 적신호가 켜졌는데 저마다 돈 쓸 일만 궁리하고 있다. 올해 성장률이 5%를 웃도느니 뭐니 떠들지만 어디서 둑이 터질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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