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황진영]현대家, 법정공방보다 상생의 길 모색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14일 03시 00분


황진영 산업부
황진영 산업부
지난해 말 연일 신문의 경제면을 장식하던 현대건설 인수전을 둘러싼 논란은 우여곡절 끝에 채권단이 현대자동차그룹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세인의 관심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현대건설 인수를 둘러싼 법정 공방은 계속되고 있다. 현대그룹이 채권단을 상대로 제기한 MOU 해지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기각하자 이에 불복해 항고를 했기 때문이다.

현대그룹 측 변호사로는 대법관 출신과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출신이 이름을 올렸다. 변호사들의 면면만 봐도 현대건설을 향한 현대그룹의 집념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박빙의 점수 차로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가 다시 박탈당한 현대그룹의 상실감을 생각하면 소송에 매달리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소송이 계속되는 게 과연 누구에게 도움이 될지는 냉철하게 판단해 봐야 한다. 결과를 예단해선 안 되겠지만 이번 소송은 실익이 없어 보인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현대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박탈당한 주된 이유는 1조2000억 원이란 자금의 실체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 자금에 대한 의문이 해소될 여지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명쾌하게 밝힐 수 있는 돈이라면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박탈당하기 전에 밝히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현대그룹은 인수전에서 패배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냉정하게 계산하면 손해만 본 것도 아니다. 현대상선 유상증자에 현대중공업과 KCC 등이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현대그룹은 가장 우려했던 현대상선 경영권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계열사의 증자와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2조 원이 넘는 돈을 확보해 자금 사정에도 숨통이 트였다. 원하는 것을 모두 얻지는 못했지만 나름의 성과는 있었던 셈이다.

이제는 서로 간의 반목과 갈등은 접고 상호협력과 상생을 모색하는 것이 순리라는 게 재계의 여론이다. 우선 현대차그룹의 역할이 크다. 현대차그룹은 승자로서 아량을 베풀어 현대그룹과 협력할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현대그룹 역시 소모적 투쟁보다는 그룹의 내실을 다지고 지속성장을 위한 새로운 전략 마련에 힘쓰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정주영 명예회장의 10주기(3월 22일)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집안끼리 싸우는 게 정 명예회장의 뜻은 아닐 것이다. 두 그룹의 상생을 위해, 그리고 그룹 모태인 현대건설의 발전과 한국 경제의 앞날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게 지금 범현대가 사람들이 할 일이다.

황진영 산업부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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