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공천개혁에 시동을 걸고 있다. 한나라당 공천개혁특위는 14일 초·재선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토론회를 열어 공천개혁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특위는 국민 참여 경선비율을 ‘대의원 20%, 일반당원 30%, 일반국민 30%, 여론조사 20%’로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민주당 개혁특위는 여론조사 경선을 배제하는 대신 국민경선으로 대통령(100% 국민경선)과 국회의원(국민+당원 경선) 후보를 뽑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여야 공히 공천 방식을 둘러싼 논의만 무성할 뿐 국민의 눈높이와 시대 변화에 맞추어 정치 신인을 수혈하는 개혁에 대해선 주목하지 않고 있다. 후보 선출 방식만 바꾼다고 공천개혁이 완성되지는 않을 것이다. 국민의 다양한 이해관계는 정당을 통해서 수렴되고 집약된다. 정당법 2조는 정당을 “공직선거의 후보자를 추천 또는 지지함으로써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국민의 자발적 조직”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정당이 이 기능을 제대로 수행해야만 국민의 정당이라고 할 수 있다.
공천개혁은 당내 계파별 기득권을 깨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2008년 18대 총선 공천 때 공천개혁 구호를 외치며 외부 인사들을 전진 배치한 공천심사위원회를 가동했지만 무대 뒤에선 계파별 흥정이 만연했다. 공천개혁 논의가 한창인 요즘 한나라당 주변에선 내년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현역 의원의 공천 기득권을 손대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내년 총선 공천이 결국 친이(親李), 친박(親朴)의 계파별 나눠먹기로 흐른다면 3김 씨(김영삼 김대중 김종필)의 가신(家臣) 정치, 계파 정치와 달라진 게 무엇인가.
정치권은 공천 방식을 바꾸는 차원을 넘어 정치 환경을 향상시키는 방안도 고민할 때다. 정치권을 기웃거리는 ‘철새’들이 아니라 사회 각 분야에서 자질을 갖춘 인재들이 정작 정치권을 기피하는 이유를 되새겨 보면 해법이 나올 것이다. “정치인은 구태의 전형”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씻어내는 방향으로 정치인의 자질을 높여야만 참신한 인재들의 정치권 진입이 활성화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성 정치인들의 기득권 연합을 과감히 타파하는 공천 구조개혁이 요구된다.
여야가 참신한 인물을 공천하지 않으면 정치적 무관심이 초래되고, 국민은 그 사람이 그 사람이라는 생각에서 퇴행적 선택을 하는 경향도 생긴다. 공천개혁은 정당과 정치인의 기능을 정상화하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