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스트 조너선 알터 씨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임기 첫해를 주제로 ‘그 약속’이라는 제목의 책을 썼다. 그 제목은 여러 면에서 봤을 때 매우 적절하다. 그동안 오바마 대통령이 한 것은 약속의 행진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국가채무를 줄이기 위해 무엇을 해내겠다는 약속은 정말 많이 해왔다.
오바마 대통령의 약속 행진은 상원의원 시절부터 시작됐다. 그는 대선 선거운동 때는 예산을 적극적으로 절감하겠다고 공언했다. 당선자 시절에도 채무 문제를 처리할 시점은 지금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우리는 지금껏 책임을 미루기만 했다. 하지만 이제는 더 미룰 수 없다”며 2009년 2월부터 재정개혁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부양책이 의회를 통과한 뒤 그는 “재정적자에 관심을 돌려야 할 때가 곧 온다”고 말했다. 건강보험개혁안이 통과된 뒤에도 똑같은 약속을 했다. 지난주 그는 기자회견에서 다시 “지금은 때가 아니지만 내일부터 우리 진지해집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일은 오지 않는다. 2012년 예산안에 담겨 있는 메시지 역시 지금은 아직 때가 아니고 내일 진지해지자는 것뿐이다. 현재 직면한 어마어마한 재정문제에 비춰보면 우스울 정도로 부족한 노력일 뿐이다. 대통령은 2012년에 더 많은 지출로 재정적자를 부풀릴 것이다. 계획된 예산 절감 항목의 3분의 2는 2016년 이후에나 절감할 수 있는 것이다. 연방재정책임위원회는 재정적자 축소계획 중 7800억 달러는 정치적으로 이행될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고 밝혔다.
예산안은 중요한 숙제들을 다루지 않고 있다. 엄청난 돈이 이미 들어가고 있는 기존 프로그램들은 건드리지도 않았으며 국민의 희생을 호소하지도 않았다.
이에 대해 두 가지 분석이 있다. 우선 민주당이 1995년의 작전을 되풀이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재정적자에 침묵하면서 공화당의 복지축소를 유도한 뒤 선거 때 공화당을 ‘할머니들을 비참하게 만든 당’으로 몰아가려 한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그런 계획이 대통령의 머릿속에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선거를 위해 국가를 부도로 몰아간다는 건 도덕적으로 용납이 안 된다. 또 오바마 대통령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
다른 하나는 1983년 사회보장제도 합의를 답습하려 한다는 해석이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침착하자”고 했다. 내가 앞에서 떠들기보다는 공화당 실력자들과 조용히 협상하다 마침내 좋은 때가 오면 고함과 방해공작을 피해 합의를 이뤄내겠다는 것이다.
대통령과 측근들이 이 작전을 신뢰하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아주 틀린 작전이다. 오늘날 직면한 국가부채 문제는 규모에 있어서 완전히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지금은 정부가 사회보장을 재정적으로 뒷받침하는 방법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국가와 국민 간의 사회계약에 대한 재협상은 결코 사적인 자리에서 진행될 수 있을 만한 시시콜콜한 문제가 아니며 대중과 자리를 함께해야만 한다.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정책은 뒤에 숨어 있던 대통령이 이뤄낸 것이 아니었다. 존슨 대통령의 위대한 사회도, 레이건 혁명도 마찬가지였다. 오바마 대통령의 ‘소곤소곤 정책’은 자기합리화일 뿐 이치에 맞지도 않고 일관되지도 않는 정책이다. 이는 오바마 대통령의 변함없는 약속 “내일 우리 진지해집시다”의 또 다른 최신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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