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의 인간에 대한 도전은 가능할 것인가. 오래된 질문이다. 이에 대한 나의 생각을 바꾸게 하는 일이 발생했다. 컴퓨터가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미국 IBM이 만든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왓슨’이 16일 TV 퀴즈쇼에 출연해 퀴즈왕 2명을 누르고 승리했다. 냉장고 5개 크기의 왓슨은 퀴즈 문제를 일상 언어 문장으로 받아들인다. 왓슨은 자신의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고도의 지능적인 문제를 분석해 답을 찾아낸다. 컴퓨터가 인간의 계산능력을 능가하는 일이 있었지만 이처럼 지능적인 일에서 이기기는 처음이다.
인간의 두뇌가 하는 일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계산능력이다. 숫자로 된 것을 계산하는 일로 여기에서는 컴퓨터가 인간을 앞선 지 오래다. 두 번째는 이성적 판단이다. 이런 인간의 지능을 모방하려는 연구 분야가 인공지능이다. 40여 년 전 시작된 인공지능 연구는 컴퓨터가 사람처럼 말을 알아듣고 읽고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노력해왔다. 오늘날 컴퓨터는 사람의 말을 일부 알아듣고 자동으로 응답하며 카메라에 잡힌 물체를 인식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번에 슈퍼컴퓨터 왓슨은 인간의 지능을 능가했다. 세 번째는 감성적 판단이다. 사람은 아름다운 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나쁜 것을 보면 얼굴이 어두워진다. 욕을 들으면 화를 내고 칭찬을 들으면 얼굴이 밝아진다. 이런 감성적 판단에서는 컴퓨터가 인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뒤처져 있다. 어떤 사람은 컴퓨터가 희로애락의 마음을 가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과연 컴퓨터는 감정을 가질 수 없을까. 필자는 21세기 전반기에 감성적인 판단을 하는 컴퓨터가 출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감성 컴퓨터가 나오지 않았던 이유는 그동안 인간이 이 분야의 연구에 집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간의 두뇌 속에는 30억 개 이상의 뇌세포가 있다. 두뇌가 어떤 판단을 할 때 여러 개의 뇌세포가 상호작용해 결정을 내린다. 주목할 것은 이런 결정을 하는 뇌세포의 상호작용이 이성적 판단과 감성적 판단에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인공신경망이나 퍼지이론 같은 기존 인공지능 연구 기법이 ‘인공감성’ 연구에도 적용될 것이다. 즉 인공감성 연구가 인공지능 연구와 유사한 양상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인공지능 연구도 초기에는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지식이 축적돼 오늘날과 같은 결과를 가져왔다.
인공감성 연구는 뇌세포의 활동을 좀 더 모방할 것으로 보인다. 초기에는 백지상태의 뇌세포들이 만들어질 것이다. 학습을 통해 이성과 감성을 가지는 뇌세포 간 상호작용이 만들어진다. 인공감성을 연구하면 궁극적으로 인간의 감성과 비슷한 수준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 연구에서 얻은 경험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더욱 빠른 속도로 발전할 것이다.
앞으로 컴퓨터 연구는 인공감성 분야로 확대 발전할 것으로 생각한다. 초기 인공감성 컴퓨터는 인공지능 컴퓨터가 그랬던 것처럼 하등동물 수준의 감성을 가질 것이다. 그러나 발전을 거듭하면서 감성 컴퓨터가 내장된 로봇이 주인의 기분을 파악해 서비스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주인의 마음속에 들어가고 싶은, 사랑하는 컴퓨터가 나오고 인간에 반기를 드는 로봇도 나올 것이다.
그러나 걱정할 것이 없다. 인간은 항상 새로운 상황에서 지혜를 찾아낸다. 감성 컴퓨터가 인간을 배반하지 못하게 하는 새로운 연구가 시작될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야생동물인 소나 말을 길들여 가축으로 이용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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