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이 안보리에 제출한 북한 우라늄 농축프로그램(UEP) 보고서 채택이 끝내 무산됐다.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반대가 결정적 이유였다.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 가운데 미국 영국 프랑스가 보고서 채택을 지지하고 러시아까지 찬성했다. 중국만 유일하게 북한을 편드느라 외교적 우군(友軍)이 없는 고립 구도에 빠져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처음으로 방한한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도 23일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만나 “UEP 문제는 6자회담에서 다룰 사안”이라는 기존 태도를 고수했다. 안보리 차원의 대응 없이 바로 6자회담 국면으로 넘어간다면 북한 UEP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설령 6자회담이 열리더라도 북한은 핵 개발을 멈추지 않는 이중 플레이를 계속할 것이다.
중국이 그동안 북한 핵에 대해 보인 미온적 대응은 아주 실망스럽다. 지난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한 이후 북한의 대화 공세가 본격화하면서 중국의 북한 편들기가 노골화되는 양상이다. 중국이 세계적 흐름을 거스르고 G2의 영향력만 행사하려 든다면 또 다른 패권국가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북한은 중국을 버팀목 삼아 협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1일 발표한 신년공동사설에서 핵 참화 운운한 데 이어 김영춘 북한 인민무력부장은 지난달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에 북-미 직접대화를 요구하며 “이대로 놔두면 한반도에 핵 참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북핵 문제는 우리의 생존권은 물론이고 동북아의 평화와 직결된 문제인데도 중국의 방임(放任) 속에 북한은 핵개발과 협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이 상황이 지속되면 한국과 일본도 자위(自衛) 차원에서 특단의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과 북한에 대응하기 위해 동북아 군비 경쟁이 촉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후 주석은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UEP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한반도의 비핵화를 지지한다”는 발언도 되풀이했다. 북한 UEP를 한사코 감싸는 중국을 보면서 후 주석의 발언에 진심이 담겨있었던 것인지 의심스럽다. 북한 UEP를 이대로 두면 북한은 플루토늄 핵폭탄에 이어 조만간 우라늄 핵폭탄까지 갖게 된다. 후 주석은 시대에 뒤떨어진 혈맹(血盟) 논리에 집착해 세계를 핵 공포로 몰아넣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