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원주]강력사건에도 발만 동동… 경찰에 위치추적권 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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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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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주 사회부
이원주 사회부
최근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강력범죄가 연일 발생하면서 경찰에도 직접 위치추적권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행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위치정보보호법)’과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법)’은 자연재해나 각종 사고가 발생했을 때 소방방재청 등 소방당국이나 해양경찰만이 위치추적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 때문에 갑작스레 자녀가 실종되거나 범죄 피해에 노출됐을 때 경찰이 쉽게 찾을 방법이 없어 생명을 잃는 사고로 자주 이어진다는 것.

실제로 23일 새벽 대전 동구 삼성동의 한 상가건물에서 고교생들에게 폭행을 당한 끝에 숨진 중학생 A 군(13)도 경찰이 직접 위치추적을 할 수 있었다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 A 군의 부모는 “아들이 평소 귀가시간보다 많이 늦었고 연락도 안돼 경찰이 119에 위치추적을 요청했으나 소방방재청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조금만 빨리 위치가 파악됐더라면 아들의 생명을 건질 수 있었을 것”이라며 오열했다.

국회에서도 최인기 변재일 신상진 의원 등이 2008년부터 경찰에 위치추적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은 위치정보보호법 개정안을 지속적으로 발의한 바 있지만 지금까지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시민의 생명이 위험에 빠졌을 때 경찰이 직접 위치추적권을 갖고 있으면 인명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범인을 검거할 확률이 높아진다. 물론 경찰의 위치추적권 남용이나 범죄 집단 또는 경제적 이득을 보려는 누군가가 이를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위치추적 때마다 본인이나 직계가족 등의 동의를 받도록 한다면 이는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고 정보기술(IT) 업체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김성수 서오텔레콤 대표는 “경찰이 위치추적을 할 때마다 본인이나 보호자에게 인증번호를 발송하는 등 몇 초 안에 동의 절차를 마칠 수 있는 기술이 이미 개발돼 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남용을 우려해 위치추적권을 극도로 제한하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어리석음이라는 것이다.

폐쇄회로(CC)TV가 각 도로와 건물에 급속도로 설치될 때도 ‘개인정보 침해’ 논란은 있었다. 그러나 현재 CCTV가 범죄 예방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위치 추적도 마찬가지다. 오·남용 우려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겠지만 단점이 장점보다 적고 기술로 극복할 수 있다면 위치추적 허용 범위를 좀 더 넓힐 필요가 있다. 특히 이를 통해 강력범죄에 희생당하는 아이들을 더 많이 보호할 수 있다면 말이다.

이원주 사회부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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