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헌진]中, 신해혁명 3대 정신의 ‘민권’은 언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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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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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진 베이징 특파원
이헌진 베이징 특파원
1911년 혁명가 ‘쑨원(孫文)’은 이민족 지배와 2000여 년의 황제 정치를 무너뜨린다. 바로 신해(辛亥)혁명이다. 중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쑨원은 민족(民族) 민권(民權) 민생(民生)이라는 삼민(三民)의 횃불을 중국인 앞에 높이 들었다.

그 후 꼭 100년. 중화민족은 ‘거대한 황룡’으로 부활했다. 중국은 한때 ‘아시아의 병자’로 불렸다. 중국인은 자기 땅에서조차 “개와 중국인은 출입금지”라고 조롱받았다. 이제 중국을 무시하는 국가는 없다.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발언권은 나날이 커진다. 중국 스스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기를 맞고 있다고 말한다.

13억 인구의 먹고사는 난제도 해결되고 있다. 과거에는 홍수와 가뭄, 전쟁 등으로 수십 만, 수백만 명이 굶어죽는 비극이 빈발했다. 최근 중국에서 공개된 한 공식 자료에는 불과 51년 전인 1960년 한 해에만 1000만 명이 숨졌다고 나온다. 잇단 자연재해와 대약진운동이라는 대중 동원운동의 실패로 굶어 죽은 사람이 대부분이다. 적어도 이런 생지옥은 사라졌다. 차기 국가주석으로 유력한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은 2009년 초 “13억 명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한 것만 해도 중국은 인류 사회에 큰 공헌을 했다”고 강조했다. 지금도 인구 2700만 명의 북한에서는 굶어죽는 사람이 나오고 있다.

요즘 중국을 둘러싼 관심은 ‘민주화’다. 삼민 가운데 해결의 단초조차 보이지 않는 민권이다. 민주화에 대한 논의와 관심은 지난달 20일 중국 13개 도시에서 발생한 소규모 시위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럴 만도 하다. ‘관리 10명 중에 탐관오리는 11명. 정부(情婦)가 있기 때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유행하는 데서 보듯 부패는 만연해 있다. 빈부·도농·지역 격차라는 3대 격차는 너무 커 통계조차 제대로 발표되지 않는다.

실제로 중국인은 무턱대고 참고만 있지 않는다. 보도가 통제되고 정부의 공식 발표는 없지만 집회 시위 파업 등 집단적 의사표시는 매년 폭증하는 추세다. 최근 한 외신은 중국 언론을 종합해 중국에서 집단행동이 2006∼2010년에 2배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5일에 한 번꼴로 중국 어디에선가는 대형 집단행동이 발생하고 있다.

27일 중국 전역 27개 도시(홍콩 포함)에서 열릴 것으로 인터넷에서 떠돌던 제2차 ‘중국판 재스민 시위’는 공안의 철통 봉쇄로 무산됐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 없이는 언제라도 민주화 시위는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중국인의 신해혁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헌진 베이징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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