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초 새만금 내측수역에서 돌고래의 일종인 상괭이가 200여 마리나 떼죽음을 당한 일이 발생했다. 조사 결과 추위 때문에 해수 표면이 얼어붙으면서 호흡을 하지 못해 질식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돌고래는 물고기와 달리 허파 호흡을 하기 때문에 물 밖으로 나오지 못하면 호흡을 할 수 없다. 상괭이는 걸프 만과 일본 사이 해역의 얕은 내만에 서식하고 다 자라도 몸길이가 2m를 넘지 않는 작은 돌고래다. 어망 등에 의한 혼획과 환경오염 등으로 자원이 줄어 국제적으로 멸종위기 동식물군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등재돼 있는 보호종이다.
고래연구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상괭이는 한국 서해안에만 3만7000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상괭이는 정약전이 쓴 ‘자산어보’의 상광어(尙光魚)에서 유래한 명칭이다. 서해뿐 아니라 남해안에서도 광범위하게 발견돼 한국 인근에 사는 고래 종류 중 가장 수가 많다. 다른 나라 해역에서는 자원이 줄고 있는데 한국에만 유독 많은 것은 풍부한 먹이 등 서식환경이 상괭이에게 적합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어구에 걸려 죽는 상괭이만 한 해 200∼300마리 정도 보고되는데 신고체계가 잘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론 훨씬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어구에 걸려 죽은 상괭이의 위를 조사해보면 여러 종류의 물고기와 새우, 낙지 등 다양한 종의 먹이가 발견된다. 모두 서해에 서식하는 어업자원으로 사람과 고래가 수산자원을 공유하는 셈이다.
한국에 분포하는 고래류는 약 35종에 9만∼10만 마리로 알려져 있고, 이 가운데 20여 종은 혼획 또는 좌초되면서 존재가 확인되고 있다. 혹등고래, 밍크고래, 참고래, 향고래, 범고래, 참돌고래, 상괭이, 낫돌고래, 큰돌고래, 까치돌고래 등 몸길이가 10m 이상인 대형 고래부터 사람 크기만 한 돌고래에 이르기까지 크기, 모양, 생태가 다양한 고래들이 우리 바다에 득실거린다. 고래는 동해 북부에서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거의 전 연안에서 발견되며 겨울에도 배를 타고 조금만 나가면 만날 수 있다. 제주도에서는 도로 위에 서서 자태를 관찰할 수 있을 정도다. 신승동국여지승람 등 고서(古書)에 우리 바다가 경해(鯨海·고래 바다)로 표기돼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닌 듯하다.
남획에 따라 국제적으로 고래 자원이 크게 줄어 밍크고래를 포함한 대형 고래류는 국제포경위원회(IWC)의 관리대상종이고, 돌고래 등 소형 고래류는 회원국의 권한 아래 관리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IWC의 포획금지선언에 맞춰 1986년 국내 고시를 제정해 모든 고래류의 포획을 금지해 왔으나 혼획으로 잡히는 고래 수가 한 해에 밍크고래 80여 마리를 포함해 600∼700마리 이상이다. 고래는 선사시대부터 내려온 식문화 전통에 따라 울산을 중심으로 소비돼 왔다. 이 과정에서 일부 불법포획이 국제사회에서 문제가 되자 농림수산식품부는 좀 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고래 자원의 관리를 위해 올해 1월 3일자로 고시를 전면 개정했다.
우리나라는 울산 반구대 암각화에서 보듯 선사시대부터 고래를 이용한 역사와 문화를 갖고 있다. 반구대 암각화는 고래잡이와 해체 등 고래와 관련된 신석기시대 후반의 문화를 담고 있다. 그러나 고래와 관련한 문화를 알리거나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일은 부족했다. 고래는 세계적으로 이용과 보존의 갈등 속에서 많은 이슈를 낳았고 해마다 IWC 회의가 개최되면 포경국과 반(反)포경국 간 대립이 전쟁을 방불케 한다. 고래연구소는 과학적 근거 아래 고래자원을 이용하기 위해 과학적 연구조사에 주력하고 있다. 요즘처럼 기후 변화가 무쌍한 때는 이와 관련된 연구를 위해 다른 분야와의 협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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