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日 또 역사왜곡하면 이웃도 국익도 잃을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3일 03시 00분


이달 말 발표 예정인 일본의 중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는 작년 8월 간 나오토 총리가 한일강제병합조약 공포 100년을 맞아 발표한 사과담화의 진정성 여부를 가리는 증거가 될 것이다. 간 총리는 담화에서 “한국인들은 그 뜻에 반하여 이뤄진 식민지 지배에 의해 국가와 문화를 빼앗기고 민족의 자긍심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고 밝혔다. 강제병합의 원천적 무효를 인정하지 않아 역사인식의 한계를 드러냈지만 조약의 강제성을 간접적으로나마 인정한 것은 과거보다 진전된 내용이었다. 중요한 것은 말을 뒷받침할 행동이다. 담화의 사과가 역사왜곡 시정으로 이어져야 의미가 있다.

올해 검정을 신청한 일본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 가운데는 국수주의 성향 출판사인 지유샤(自由社)와 이쿠호샤(育鵬社)의 책이 포함됐다. 지유샤는 후소샤(扶桑社)의 2004년판 교과서 집필진(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모임)과 손을 잡았다. 후소샤 교과서는 황국사관(皇國史觀)에 따라 일본제국주의를 미화하고 한국 침략을 정당화했다. 이쿠호샤는 후소샤의 자회사다.

이들 출판사가 독도 영유권 주장까지 보탠 사실 왜곡 교과서를 내도록 일본 정부가 방조한다면 간 총리의 작년 담화는 한일병합 100년의 해를 무난히 넘기려는 의도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한국 국민을 향해 발표한 간 총리 담화의 무게를 일본 정부가 충분히 인식한다면 ‘왜곡 교과서’는 검정에서 탈락시켜야 옳다.

일본은 한일 관계를 넓은 시각에서 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공유하는 한국과의 협력을 바탕삼아 중국의 팽창과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고 있다. 일본이 과거사 문제로 한국을 계속 자극한다면 한국은 미래지향적 한일 협력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일본을 껴안기 어려워진다. 교과서 검정이 단순히 교과서만의 문제가 아님을 일본 정부는 직시하기 바란다. 일본 정부가 국내 여론에 영합하느라 한일 관계를 희생시킨다면 소탐대실(小貪大失)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제 3·1절 기념사에서 ‘진정성 있는 행동과 실천’을 일본에 촉구했다. 당초 올 상반기로 예정됐던 이 대통령의 일본 국빈 방문도 가을 이후로 연기됐다. 일본이 독일처럼 역사적 과오를 솔직히 인정하고 이를 후세에 바로 가르치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적 가치를 공유하는 이웃 국가와 협력하는 길이고 자국의 이익에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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