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보 전쟁, 한국은 이기고 있는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5일 03시 00분


현대전은 정보전이라고 할 정도로 정보의 중요성이 절대적이다. 적의 은밀한 공격 조짐과 작전 내용을 누가 먼저 알아내고 신속하게 대응하느냐가 전쟁의 승패를 가른다. 정보능력에는 각종 첩보와 정보를 예측 분석 판단하고 활용하는 능력까지 포함된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2일 상원에서 미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중국과 ‘영향력’ 경쟁을 벌이고 있다면서 “세계는 정보전쟁 중이고 우리는 지고 있다. 우리 상업방송은 (아랍권 상업방송인) 알자지라에도 밀리고 있다”고 말했다. 정보전의 중요성을 역설한 발언이다. 미국은 2001년 9·11테러 이후 새로운 정부 조직까지 만들고 정보력 강화를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최근 이집트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의 몰락을 비롯한 아프리카와 중동 민주화 사태를 예상하지 못해 또다시 ‘정보에 실패했다’는 내부 비판이 나온다. 존 네그로폰테 전 국무부 부장관은 “정보의 실패라고 부를 수는 없지만 상상력의 결핍이라고 할 수는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정보능력은 총체적으로 부끄러운 수준이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은 우리의 정보능력 수준을 보여줬다. 군은 천안함 폭침 발생 2, 3일 전 북한 모 기지에서 연어급 잠수정이 이탈한 사실을 파악했지만 통상 훈련으로 잘못 판단하고 대비하지 않았다. 북한군은 연평도 도발에 앞서 작년 1월 말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향해 400여 발의 대규모 사격을 실시했지만 합참은 같은 해 2월 18일 경계강화 해제를 지시했다. 지난해 11월 23일 우리 측의 연평도 해상 사격 훈련 사전 통보에 대해서도 북은 “좌시하지 않겠다”고 위협했지만 군은 ‘설마 연평도를 포격하겠느냐’고 또 오판했다. 우리 군과 정부에 팽배한 ‘설마주의’가 안보 위기의 화근이다.

우리는 대북(對北) 정보를 대부분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대북 정보의 총괄통합기구인 국가정보원의 대북정보수집 능력도 신뢰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독자적인 정보력을 키우기 위한 국가 차원의 집중적인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 일부 국정원 직원의 최근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 잠입사건은 국정원의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어제 청와대 국정원 국방부 국회 등 40여 개 주요 기관의 웹사이트에 대한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은 사이버 테러 대응 능력을 점검할 기회다. 북한 소행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2009년 7월의 디도스 공격 9개월 전에 국회에 제출된 국가사이버위기관리법안은 야당의 반대와 여당의 무관심으로 방치돼 있다. 우리의 정보전 능력이 어느 수준에 있는지를 냉철하게 돌아보고 보완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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