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성낙인]‘法그릇 다툼’엔 사법의 미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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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5일 03시 00분


성낙인 서울대 헌법학 교수 한국법학교수회장
성낙인 서울대 헌법학 교수 한국법학교수회장
2007년 7월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 2008년 25개 대학에 법학전문대학원 설치 인가, 2009년 한국판 로스쿨 신입생 2000명 입학. 미국식 로스쿨의 도입 여부에 관한 논쟁만 무성했을 뿐 구체적 실천 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채 로스쿨을 설립했다.

로스쿨의 취지는 학부에서 다양한 전공을 이수한 학생들을 상대로 대학원 교육을 통한 법률가의 양성에 있다. 이는 사법시험으로 상징되는 시험을 통한 인재 선발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로스쿨에서는 변호사시험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전공을 이수하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변협은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50% 이하로 주장했다. 이에 전국의 로스쿨 학생들이 정부과천청사로 몰려가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결국 75% 이상으로 정해졌지만 변호사협회장 선거 과정에서 50%론이 다시 나왔다.

합격률에 이어 판검사 임용 방식에 관한 갈등이 시작됐다. 사법연수원 입소식에서 연수생들이 집단행동과 성명서를 발표한 것이다. 이번 사태의 단초는 법무부가 제공했다. 법무부는 3학년 1학기에 재학 중인 학생 중에서 로스쿨 정원의 비율로 원장 추천을 받아 검사 사전선발제를 도입하려 했다. 로스쿨 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배려는 좋으나 우수한 인재를 미리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앞선 결과다. 대형 로펌들은 1학년 학생까지 예약하고 있다. 법원도 공식적인 입장 표명은 없지만 판사 실무수습과 법정경연 등을 통해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으며, 변호사시험 합격자를 재판 보조자인 로 클러크(law clerk)로 영입해 법관으로 임용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어떤 명분으로도 학생들을 상대로 한 입도선매식 검사 예약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형 로펌이나 법원도 사전 예약을 자제해야 한다. 학생은 오로지 학업에 정진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사전선발제를 비판하는 재야 법조계와 사법연수생들의 주장에 수긍이 간다. 하지만 로스쿨 졸업 후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사람의 검사 임용까지 반대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자신들은 2년간 국가공무원으로서 월급까지 받고 연수 후 바로 판검사에 임용되면서, 로스쿨생은 3년간 자비로 공부하고 변호사시험에도 합격했는데 판검사로 임용하면 안 된다는 주장은 편협한 이기적 발상이다.

내년부터 연수원이 마감되는 2019년까지 법률가의 배출은 투 트랙(two track)이다. 사법시험 합격자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한다. 다만 향후 수년간 2000명이 넘는 법조인이 배출되기 때문에 사법연수원생들의 판검사 임용에 특별한 배려가 필요하다. 로스쿨 졸업생의 검사 임용으로 인해 연수생들이 선배들에 비해 현저하게 임용이 줄어들면 신뢰 이익의 보호에 어긋난다.

사법시험 시대에서 로스쿨 시대로 접어들면서 법률가 사이의 갈등은 더욱 빈발할 것 같다. 이번 사태를 거울삼아 조속한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 학업에 전념해야 할 연수생과 로스쿨생이 더는 시대의 희생양이 돼서는 안 된다. 법조인이나 예비법조인의 집단적 의사 표현은 자칫 사법 전체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자아내게 된다. 결국 밥그릇 싸움 아니냐는 비아냥거림의 대상이 돼서는 법률가에게 미래는 없다. 법조 선배들이 연수생과 로스쿨 출신 후배들을 끌어안고 그들의 꿈을 키워줘야 한다. 법조인의 대량 배출로 법률가 세계도 무한경쟁에 돌입하고 있다. 법률시장 개방에 따라 거대한 다국적 로펌들이 상륙하는 상황에서 집안 식구끼리 다툴 때가 아니다. 지금이야말로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 집단인 법률가들이 안으로는 민주법치국가 건설의 초석이 되고 밖으로는 세계를 향한 경쟁력을 발휘할 때다.

성낙인 서울대 헌법학 교수 한국법학교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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