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평인]통성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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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5일 03시 00분


통성(通聲)기도는 외국에 없는 것은 아니지만 ‘Korean Pray(한국식 기도)’라고 부를 정도로 한국 개신교회의 특징적인 기도 형식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의 통성기도는 1907년 길선주 목사의 평양 대부흥운동 때 시작됐다. 통성기도는 묵상기도와 달리 소리를 내서 각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통성기도에는 울며 부르짖는다는 느낌이 있다. 당시 교회사를 보면 ‘통성기도 소리가 마치 상가의 곡성(哭聲) 같았다’는 표현도 남아 있다.

▷이명박 대통령 부부가 그제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무릎 꿇고 통성기도를 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길자연 대표회장 목사가 기도회를 인도하던 중 갑자기 제안한 것이라 피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김윤옥 여사가 먼저 무릎을 꿇으면서 이 대통령의 허벅지를 찔렀고 이 대통령은 잠시 머뭇거리다 무릎을 꿇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 등 많은 참석자도 식탁 옆으로 나와 무릎을 꿇었다. 1968년 첫 모임 이래 박정희 등 모든 역대 대통령이 거의 매년 참석한 국가조찬기도회이지만 무릎 꿇고 기도한 것은 이 대통령이 처음이다.

▷개신교회 중에는 통성기도를 공식 예배에서 허용하지 않는 곳도 적지 않다. 통성기도를 받아들이는 교회라도 보통 앉아서 한다. 국가조찬기도회는 개신교가 주도하는 행사지만 순수한 예배와 달리 공식 의전의 성격이 강하다. 이런 자리에서 길 목사가 대통령 등 주요 정치인을 상대로 무릎을 꿇는 통성기도를 유도한 것은 적절하지 못했다는 말이 나온다. 기독교 신자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혹은 다니던 교회에서 무릎 꿇고 기도하는 것이야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그러나 공개적인 장소에서는 신중했어야 한다. 이 대통령의 기도 사진이 나간 후 불교단체들이 즉각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국가조찬기도회는 본래 개신교 전통이 내려오는 미국에서 처음 시작된 것이다. 그런 미국에서 신앙심이 각별하다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무릎 꿇은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 우리나라는 국교를 인정하지 않는 다(多)종교 국가다. 그렇지 않아도 이 정부 들어 불교계에서 ‘종교 편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최근에는 이슬람채권법(수쿠크법)으로 개신교계 일각에서 반발이 일었다. 다종교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나라의 전통을 살려가기 위해 모든 종교인이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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