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파산부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법정관리 신청 기업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생겨났다. 수많은 근로자의 일자리가 걸린 법정관리기업의 관리인을 임명하고 기업의 회생 변제 매각을 결정하는 파산부 판사는 해당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나 마찬가지다. 2000년대 초 서울중앙지법 파산부는 법정관리 대상 기업의 총 자산 규모가 30조 원이나 돼 ‘재계서열 5위’라는 말까지 나왔다.
광주지법 파산부 선재성 수석부장판사가 자신의 친형과 고교 동기동창 변호사를 법정관리기업의 감사나 관리인으로 선임한 사실이 드러나 대법원이 감사에 나섰고 검찰도 위법 사실이 있는지 내사 중이다. 선 판사는 호남지역 건설업체들의 연쇄 부도로 자산 규모가 1조 원이 넘는 기업을 관장했다. 그는 올 1월 증권회사 지점장 출신인 친형을 자신이 담당한 법정관리기업 2개의 감사로 임명했고, 고등학교 친구인 변호사에게 법정관리기업 3개의 감사를 맡겼다. 법조계에서 ‘전관예우(前官禮遇)’보다 ‘고교동창 예우’가 더 잘 통한다는 말이 있다더니 빈말이 아니었다.
선 판사는 자신의 전직 운전기사를 후배 판사에게 법정관리인으로 추천하기도 했다. 그는 법정관리인 내정 과정에서 금품이 오갔다는 진정 사건에도 연루돼 있다. 누구보다도 공정성 투명성 윤리의식이 요구되는 파산부 판사가 법정관리기업들을 주머니 속 물건처럼 마음대로 주무른 것이다. 자신이 소유한 기업이고, 자기 돈으로 월급을 주는 기업이었다면 이렇게 허술하게 사람을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 지역에서 계속 근무한 이른바 향판(鄕判)에게 파산부를 맡겨 놓으면 법정관리기업의 비리를 부르기 쉽다. 선 판사는 1990년 이후 광주·전남 지방에서만 근무한 전형적인 향판이다. 향판은 지연 학연으로 얽혀 있는 지역 법조인들과의 유착 가능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법원 규칙에는 지방법원에 회생기업 관리위원회를 설치하게 돼 있다. 하지만 서울 이외의 지방법원에는 인력과 예산 문제를 이유로 관리위가 설치되지 않아 파산부의 전횡이 가능하다는 시각도 있다. 대법원은 광주지법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도 비슷한 사건이 없는지 감독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