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카다피 학살 저지할 군사행동 결단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9일 03시 00분


리비아에서 반(反)정부 시위가 시작된 지 4주째로 접어들면서 무아마르 카다피 친위군이 시위군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전세(戰勢)가 카다피 친위군에 우세한 방향으로 역전될 조짐도 보인다. 국제사회의 군사적 대응이 너무 느려 리비아의 민주화를 도와줄 기회를 상실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세계가 카다피에게 무력함을 드러낸다면 북아프리카와 중동의 민주화는 여기서 전진을 멈출 것이다. 카다피가 살아남으면 북한 등 남아있는 독재국가에도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

리비아는 평화 시위를 통해 민주화에 성공한 튀니지와 이집트와는 형편이 다르다. 리비아는 카다피 부족과 다른 부족 사이의 대립이 심해 시위가 내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지금 리비아 민주화 세력에 절실한 것은 군사적 지원이다. 국제사회는 직접적인 군사 개입을 할 수 없더라도 그들을 지원할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리비아 상공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는 일이 시급하다. 그래야만 시위군에 대한 카다피 친위군의 공습을 막을 수 있다. 전력(戰力)에서 카다피 친위군에 밀리는 시위군에 무기를 공급하는 일도 중요하다. 미국은 리비아 주위에 많은 군사력을 배치하고도 이라크전 실패의 경험 때문인지 독자적인 작전 실행을 꺼리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하루빨리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은 서방 국가뿐 아니라 아랍권도 지지하는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반대해서는 안 된다. 국제사회가 과거 이라크 내 쿠르드족 거주지역, 르완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분쟁에 제때 개입하지 못해 학살을 막는 데 실패한 전례를 되풀이할 수는 없다.

리비아 사태를 누구보다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을 사람은 북한의 김정일이다. 하야(下野) 직전에 몰렸던 카다피가 다시 살아난다면 김정일은 안도감을 느낄 게 분명하다. 김정일은 군의 친위부대화를 한층 강화하고 긴급 사태가 발생할 경우 끝까지 버티면서 카다피 이상으로 잔인한 진압에 나설 것이다. 여기에 북한을 비호하는 중국이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아랑곳없이 유엔 결의에 번번이 거부권을 행사한다고 가정해보라. 우리에게 끔찍한 시나리오가 아닐 수 없다. 리비아에서 민주화 세력이 겪는 곤경을 남의 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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