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서에 소득을 줄여 신고하는 경우가 많은 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이 소득신고에 앞서 세무대리인의 검증을 받도록 하는 ‘세무검증제도’ 입법이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정부는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직과 현금결제 비율이 높은 업종에서 연간 수입액이 5억 원 이상인 사업자를 대상으로 삼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그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세무검증 대상을 ‘수입이 많은 자영업자’로 바꾸는 ‘물 타기’를 했다. 이에 따라 세무검증 대상이 2만여 명(정부안)에서 4만6000여 명으로 늘어났지만 변호사와 의사는 상당수 제외됐다.
판사 출신인 이영애 자유선진당 의원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세무당국이 할 일을 다른 사업자가 감사하게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제도 도입에 반대했다. 앞서 열린 조세심사소위에서 변호사 출신인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변호사 의사로 한정하면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법조계 출신 국회의원들은 우파 좌파 가리지 않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런 논리라면 특정 직역(職域)에 대한 법은 아예 만들 수도 없고, 고소득자들의 세금 탈루를 막으려는 조세개혁이 불가능해질 것이다. 해당 법안은 절차에 따라 국회 법사위를 거쳐야 하지만 이 법안조차 법사위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 법조계 출신이 많은 법사위는 언제부터인가 법조인들의 직역이기주의를 수호하는 보루가 됐다.
작년 5월 의사 변호사 등 116명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 이들의 소득 탈루율은 30.7%로 여전히 높았다. 이들이 빼먹은 세금은 결국 봉급생활자나 성실신고자가 대신 내야 한다. 국세청은 20년 이상 이들 고소득 전문직의 탈세와 전쟁을 치렀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법무부가 로스쿨 출신의 검사 임용을 검토하자 별정직 공무원 신분인 사법연수원생들은 입소식에 불참하거나 플래카드 시위를 벌였다. 이 또한 법을 다룰 사람들의 직역이기주의를 드러내는 행태다. 예비 법조인이 정부가 검토 중인 사안에 대해 정당하게 견해를 밝힐 수 있음에도 불법 집단행동을 택한 것은 엄중한 징계감이다. 공무원이 집단행동을 하면 징계 처분과 형사처벌을 할 수 있도록 국가공무원법에 규정돼 있다.
최근 광주지법 파산부에서 있었던 판사와 변호사의 유착 의혹도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의무)와 거리가 멀다. 법을 해석하고 집행하는 사람들이 먼저 법을 지키고 세금을 제대로 내야 건강한 법치주의가 자리를 잡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