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독은 분단 시절인 1961년 잘츠기터에 중앙기록보존소를 설치해 동독에서 자행되는 인권침해 행위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기 시작했다. 동독 정권의 범죄를 낱낱이 기록해 통일 후 죄상(罪狀)에 따라 처벌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서독은 탈출자 사살을 포함해 동서독 국경에서 벌어지는 모든 범죄, 동독 정부의 법률상 부정과 가혹행위, 동독 주민에 대한 밀고 행위 등을 대상으로 삼았다.
중앙기록보존소가 동독에서 발생한 범죄를 모두 조사할 수는 없었다 해도 이 기관의 존재 자체는 동독 정권에 커다란 압박이 됐다. 동독 관리들은 언젠가는 자신들이 저지른 인권 관련 범죄에 대한 처벌을 받게 될까봐 전전긍긍하면서 동서독 회담이 열릴 때마다 이 보존소의 폐지를 요구했다. 1990년 통일 순간까지 잘츠기터 보존소가 수집한 4만1390건의 인권침해 사례는 동독 주민의 인권을 유린한 책임자들을 처벌할 때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다.
북한의 인권탄압은 동독보다 훨씬 심각하다. 북한은 66년째 지속되고 있는 김일성 일족의 독재체제 아래 나라 전체가 거대한 감옥으로 변했다. 지금도 15만 명이 정치범 수용소에서 짐승만도 못한 대우를 받고 있다. 김정일 정권은 1990년대 중반 200만 명이 넘는 주민을 굶겨 죽이고도 탄압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이런 범죄 집단을 그대로 놓아두는 것은 인류의 수치다.
북한의 참상을 알면서도 국회는 지난해 2월 11일 외교통상통일위원회를 통과한 북한인권법안을 1년이 넘도록 방치하고 있다. 국회의 직무유기로 인권재단과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설치 등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조치들이 지연되고 있다. 국제사회에 얼굴을 들기가 부끄러울 정도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지난해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과 3월의 천안함 폭침이 전쟁범죄에 해당하는지를 가리기 위해 예비조사에 착수했다.
오늘 국가인권위의 북한인권침해신고센터가 문을 연다. 북한의 가혹한 인권탄압을 고발할 사람들은 많다. 죽음을 무릅쓰고 북한을 탈출해 국내에 정착한 탈북자가 2만 명이 넘는다. 북한인권침해신고센터는 김정일 집단의 죄상을 낱낱이 기록해 훗날 반드시 단죄하겠다는 국가적 결의를 보여줄 책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