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에서 아이돌(idol)은 ‘우상’이란 뜻으로 본래 종교 용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신을 대신하는 형상을 말한다. 신은 추상(抽象)이고 우상은 구상(具象)이다. 성경에서 모세 시대의 유대인은 ‘보이지 않는 신’인 여호와 대신 금송아지를 만들어달라고 아우성을 쳤다. 인간에게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보다 눈에 보이는 것을 원하는 속성이 있다. 모세는 초월자로서의 신은 그런 금송아지 안에 잡아둘 수 없다는 뜻에서 우상숭배를 금지했다.
▷한국 개신교에는 불교의 불상과 유교나 신도(神道)의 신주를 향해 절하는 것을 우상숭배라고 보는 사람들이 있다.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가 최근 일본 지진과 관련해 “일본 국민이 신앙적으로 볼 때는 너무나 하나님을 멀리하고 우상숭배, 무신론, 물질주의로 나가기 때문에 하나님의 경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길자연 대표회장 목사는 얼마 전 국가조찬기도회에서 “(한민족은) 지난 반만년 동안 우상숭배의 죄 속에 있었으나 하나님이 구원해주셨다”고 기도했다.
▷일본인은 신사에서 태어나 교회에서 결혼하고 절에서 죽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다신교(多神敎)’의 삶을 산다. 어린이가 태어나면 신사에 가서 건강하게 잘 자라기를 기원하고 결혼식은 교회에서 하고 사망하면 절에서 고인의 명복을 비는 식이다. ‘하나님을 멀리하고 우상숭배로 나간다’는 조 목사의 말은 이런 종교관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상숭배 금지의 정신은 어떤 종교를 가졌는지에 상관없이 거짓과 탐욕을 버리는 생활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금 이웃나라 일본이 사상 최악의 재난과 씨름하고 있다. 성경에서 구약 시대의 신은 ‘진노의 신’일지 모르겠으나 신약 시대의 신은 ‘사랑의 신’으로 해석된다. 그런 신이 강력한 지진을 일으켜 그토록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다는 것이 신약성서의 가르침에 맞는지 의문이다. 일본인이 겪는 고통과 슬픔을 함께 나누지는 못할망정 ‘하나님의 경고’ 운운하는 발언은 많은 기독교인을 부끄럽게 했다. 자신이 믿는 종교만 절대진리라고 생각하고 타 종교의 교리와 신앙체계를 경멸하는 것은 바람직한 신앙인의 자세라고 할 수 없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