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짝꿍 복(福)도 많다. 2000년대 중반 중국과 미국을 합쳐 만든 신조어 차이메리카(Chimerica), 중국과 인도를 합쳐 나온 친디아(Chindia)에 이어 이번엔 처머니(Chermany)다. 지난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칼럼니스트인 마틴 울프가 수출대국 1위 중국과 2위 독일(2009년)을 묶어 만든 말이다. 처머니엔 공통점이 많다. 다들 글로벌 위기에 허덕일 때 수출로 벌떡 일어선 점이 같고, 제조업의 중요성을 재확인한 점도 비슷하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근 “독일이 유럽의 중국이 됐다”고 평가했다.
▷처머니가 수출로 돈을 번 이면엔 무역수지 적자로 어려움을 겪는 나라가 있게 마련이다. 재정위기를 겪는 나라들의 눈에 독일이 곱게 보일 리 없다. 대미 수출로 돈 벌어 막대한 달러를 쟁여둔 중국에 대해 미국이 갖는 감정과 비슷할 터다. 구멍 난 재정을 미국은 달러를 찍어 메울 수 있지만 유럽은 다르다. 당장 구제금융 재원을 확충해야 하는데 여력이 있는 나라는 독일뿐이다.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7개국)에선 “우리 덕에 돈 벌었으니 돈 좀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허리띠를 졸라매 성공한 독일에 대해 흥청망청 살아온 나라들이 뒤늦게 손 내미는 형국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도움을 받고 싶으면 우리를 본받으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재정건전성을 지키고, 연금 지급 시기를 늦추는 복지개혁을 하고, 임금인상을 자제하라는 ‘경쟁력 협약’이다. 반론이 불같이 일어났다. 유로화가 깨지면 손해 볼 것이 분명한 독일이 결국 처벌규정을 뺀 ‘유로협약’으로 물러섰다. 그 결과가 바로 닷새 전 브뤼셀 긴급정상회의에서 합의한 유로존 재정안정기금(EFSF) 실질대출여력 확대다.
▷‘유럽의 환자’였던 독일이 불사조같이 일어난 큰 요인은 2000년대 초반 시행한 ‘어젠다 2010’ 개혁이었다. 감세와 복지 축소, 노동유연성 등 보통 우파가 주장하는 정책이어서 “좌파 총리가 노조를 죽였다”는 소리까지 나왔다. 뒤를 이은 우파정부는 글로벌 위기가 닥치자 기업에 임금보전 지원금을 주어 실업률을 낮추고 기술인력도 지킬 수 있었다. 이념과 상관없이 유능하고 비전 있는 리더를 지닌 처머니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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