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미국 예일대 박사학위 위조 사건으로 세상을 소란하게 했던 신정아 씨가 출간한 자전에세이 ‘4001’에는 실명이 다수 등장해 진실공방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신 씨와 뜨거운 관계에 있던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은 재임 시절 정운찬 당시 서울대 총장을 싫어하는 티를 냈다. 정 총장을 공개적으로 비난한 일도 있었다. 변 실장은 신 씨에게서 정 총장이 치근거린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던 모양이다. 신 씨가 그제 출간한 자전에세이 ‘4001’에서 폭로한 내용이다.
▷‘4001’에는 정 전 총리가 서울대 총장 재임 시 서울대 미술관 운영에 대해 신 씨에게 수시로 연락해 자문하고, 미술관 운영에 젊고 추진력 있는 신 씨가 적격자라고 치켜세우면서 교수로 임용하겠다는 제의를 한 것으로 나와 있다. 그러나 박사학위 위조 사건이 터진 직후 정 전 총리는 검찰에서 서울대 교수직을 제의한 적도, 미술관장직을 제의한 적도 없다고 진술했다. 신 씨는 검찰 조사를 받던 중 그 얘기를 듣고 “실소가 나왔다”고 책에 썼다.
▷신 씨는 “정 총장이 나를 단순히 일 때문에 만나는 것 같지 않았다”며 “나를 만나자는 때는 늘 밤 10시가 다 된 시간이었다”고 썼다. 그는 또 “한번 팔래스 호텔에서 만났을 때는 자주 만나고 싶고 사랑하고 싶은 여자라는 얘기까지 했다”며 “그날 내가 앉아 있는 자리에서 정 총장은 차마 표현하기 어려운 돌발 행동을 보여줬다”고 썼다. 이에 대해 정 전 총리는 “거짓말이기 때문에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가짜박사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신 씨와 정 총장이 만나는 자리에 동석한 이들도 여럿이다.
▷검찰은 신 씨와 정 총장 간의 통화 기록을 조사했다. 신 씨는 “그중에는 정 총장이 잇달아 여러 통의 전화를 했는데 내가 전혀 받지 않은 기록들도 나왔다”고 썼다. 신 씨는 “나를 조사하던 검사들은 통화 기록에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그 다음부터 서울대와 관련된 이야기는 묻지도 듣지도 않고 그냥 덮으려고만 했다”고 회고했다. 통화 기록이 교수나 미술관장직 제의에 관한 진실을 밝혀주지는 못하겠지만 밤 10시 전후의 통화가 있었다면 둘 사이의 정황을 추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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