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문한 탓이겠지만 며칠 전에야 ‘공익 사항에 대한 감사’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공무를 보는 사람이 공익에 반하는 행위를 하였는지를 국민이 감시할 수 있는 장치인 것으로 이해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서 필자가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의 잠정 발효를 올해 7월 1일로 EU 측과 구두 합의한 것은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우리나라 감사원에 감사 청구를 하였다는 보도를 보았다.
우리 헌법상 조약의 체결권은 행정부에 있고, 그 비준동의권은 국회에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필자를 포함한 우리 협상팀은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 EU와 FTA 협상을 2009년 7월 타결하였고, 같은 해 10월 가서명하고 이어서 영문과 국문본을 각각 공개하였다. 그것이 1년 4개월 전이다. 그간 정부는 수차에 걸쳐 이 협정이 2010년 중 잠정 발효되도록 노력하고 있음을 우리 국회에 보고해 왔고 국민들께도 기회 있을 때마다 그렇게 알려드렸다.
그런데 EU 회원국 중 한 나라가 1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하여 이런 계획에 차질이 생겼고, 27개 EU 회원국 내에서도 ‘조기 발효’와 ‘발효 연기’로 의견이 엇갈리게 된 것이 지난해 9월의 상황이었다. 필자는 당초 양측이 공조한 대로 조기 발효가 소망스럽다는 우리 정부의 뜻을 전하고 EU 회원국들을 적극 설득하였다. EU 27개국은 내부 협의를 거쳐 지난해 9월 16일 회원국 대표들의 모임인 이사회에서 EU 의회의 승인을 전제로 2011년 7월 1일 잠정 발효시킨다는 결정(Council Conclusion)을 채택하였다. 당초 필자가 국회에 보고하였던 정부의 구상보다는 6개월 정도 지연되는 것이므로 아쉬운 부분이었지만, 정부는 이러한 사실을 국회 상임위에 보고하였고, 우리 정부도 국회의 승인을 전제로 올해 7월 1일자 잠정 발효를 추진하고자 함을 수차 밝힌 바 있다.
문제라고 제기한 2011년 7월 1일이라는 날짜는 어쨌거나 EU 회원국 간의 합의로 도출된 날짜이므로 우리 국회가 이에 구속될 의무는 없다. 우리 국회는 우리 법령과 절차에 따라 국익 실현을 위해 주권적으로 심의, 판단, 결정하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것이 공익을 해하는 월권이고 입법권의 침해라고 하는 주장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필자의 이해가 틀리지 않다면, 우리 경쟁국들이 이 협정 체결을 부러워하고 있고 우리 국민의 70%가 이 협정에 찬성하고 있으며 많은 업체와 단체가 조기 발효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정부도 이 협정의 조기 발효가 국익 실현의 한 가지 방안이 된다고 믿고 있다.
EU 의회가 이 협정을 올해 2월 17일 통과시켰으므로, 이제 이 협정의 잠정 발효 여부는 우리 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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