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용석]정파싸움 자제… ‘토론 모델’ 보여준 방통위 1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5일 03시 00분


김용석 방송설립추진단
김용석 방송설립추진단
1기 방송통신위원회가 25일 임기를 마친다. 1기 방통위는 대체로 옛 방송위원회 때보다 외부 이해집단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옛 방송위는 여러 집단의 이해에 따라 여야 간은 물론이고 같은 당 추천 위원끼리도 충돌하는 파행이 잦았다. 디지털TV 전송 방식이나 인터넷TV(IPTV) 정책을 수년간 결정하지 못하거나, 중간광고 등의 미디어 정책을 졸속으로 추진해 갈등을 빚기도 했다.

방통위가 들어선 뒤 벌어진 변화에 대해 일각에선 “민주성과 독립성을 훼손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미디어 시장의 환경 변화에 책임 있게 대응하는 행정기관의 기능을 제대로 갖추게 됐다는 시각이 우세한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방통위 안팎에선 최시중 위원장을 비롯한 1기 방통위원 5명의 공이 컸다는 평가가 많다. 정파 간 대립이 첨예한 방송정책 분야에서 합의제의 틀을 뒤엎지 않는 절제와 토론 문화를 보였다는 것이다. 때로 합의를 포기하고 표결을 강행하거나 일부가 퇴장하기도 했지만 대체로 위원회 운영에 파행은 일어나지 않았다.

여기엔 수적으로 열세인 민주당 추천 위원들의 기여가 작지 않았다. 이병기 전 위원이 임기 중간에 물러나기는 했지만, 이경자 부위원장과 이 전 위원, 양문석 위원은 가능한 한 위원회의 울타리 안에서 역할을 다하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속내가 편치만은 않았다. 양 위원은 취임 초기 대외 활동 참가 여부를 놓고 방통위 사무국과 갈등을 빚었다. 이 부위원장과 이 전 위원은 “투쟁적이지 못하다. 야성(野性)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일부 진보성향의 시민단체와 야당으로부터 임기 내내 비난을 받았다.

퇴임을 앞둔 이 부위원장은 기자와 만나 “나의 전쟁터는 회의장이었고, 나의 무기는 논리였다. 논리를 가지고 회의장에서 토론하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일부 단체들은 못마땅하다며 비판했다. 회의장 밖으로 나와 투쟁해야 한다는 의미였다”고 토로했다. “방통위원으로서 위원회의 룰에 따라 위원회 안에서 싸우는 것이 맞습니다. (좀 더 투쟁적이지 못했다고) 나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방통위 속기록이나 제대로 읽어봤는지 의문입니다.”

임기를 시작하는 2기 방통위도 여야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고비를 수없이 맞을 것이다. 여러 선거가 예정돼 있어 갈등의 수위는 한층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소외된 정보기술(IT) 분야의 청사진을 그려내고, 미디어 시장 지형 변화에 따른 수많은 다툼을 조정해야 하는 책임도 막중하다.

과제를 놓고 치열하게 토론하되 위원회라는 논의의 장을 벗어나지 않았던 1기 방통위의 경험과 교훈이 2기에도 이어지기를 바란다.

김용석 방송설립추진단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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