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은 2007년 대통령선거에서 권영길 후보가 참패한 직후 깊은 내분에 휩싸였다. 민노당의 극좌 종북(從北)주의 노선이 대선 패배의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였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민족해방(NL)파와 민중민주주의(PD)파의 해묵은 갈등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북한의 주체사상과 수령주의를 비판하던 노회찬 심상정 씨 등 PD파 세력은 2008년 민노당과 결별하고 진보신당을 창당했다.
진보신당이 27일 정기 당 대회에서 ‘북한의 핵 개발 문제, 3대 세습 반대’ 의견을 채택했다. 좌파 진영의 세력 강화를 위해 민노당과 재통합을 노리는 통합파 측이 ‘반대가 아닌 비판’ 정도로 수위를 낮추자고 했지만 대의원 345명 중 211명이 ‘핵과 세습 반대’에 찬성했다. 이번 결정은 친북을 넘어 종북으로 기운 민노당과 차별화한 당의 노선을 대의원들이 재확인한 것이다. 당 일각에서 추진한 민노당과의 재통합 움직임에도 경고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진보신당이 민노당에서 떨어져 나온 이후 북한은 더 극악하고 방자한 행태를 드러냈다. 2009년 2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한반도의 핵 재앙 위기는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북한은 ‘서울 불바다’ ‘핵 참화’ 협박을 서슴지 않았고 지난해에는 천안함, 연평도 도발을 했다. 민노당은 세계가 비웃는 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해서도 두둔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정희 민노당 대표는 지난해 9월 3대 세습에 대해 “남북관계가 평화와 화해로 나가려면 북의 권력자에 대해 반박하고 싶어도 아예 말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는 해괴한 논리를 폈다. 민노당은 “북한의 문제는 북한이 결정하는 것”이라며 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외면한 채 끝까지 북한 편에 서는 내재적(內在的) 접근의 편향성을 드러내고 있다.
북핵 문제에 대해선 애써 눈을 감는 친북 좌파 세력은 겉으로만 평화를 외치는 위장평화 세력이요, 낡은 이념에 사로잡혀 변화를 거부하는 수구(守舊)좌파 세력이다. 민노당은 노동자 및 민중의 생존권과 인권을 강조하면서도 2400만 북한 주민이 겪고 있는 참혹한 인권유린 실상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시대착오적인 북한의 핵 개발과 3대 세습을 계속 묵인하는 민노당은 진보의 가치를 타락시키고 있다.
진보신당은 이번 당 대회를 계기로 민노당 같은 친북 정당과는 다른 길을 가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우리는 진보신당의 활동을 관심 있게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