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희균]말로만 동반성장… 공정사회는 공무원이 정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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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9일 03시 00분


김희균 산업부 기자
김희균 산업부 기자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초과이익공유제를 비판한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에게 서운함을 표시하며 사퇴하겠다고 해 시끄러웠던 지난 주, 3명의 중소기업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난해 7월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친(親)서민 기조로 돌아선 이명박 대통령이 연일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주문할 당시 중소기업의 반응을 취재하기 위해 접촉한 이들이었다.

그로부터 8개월 이상 흐른 지금, 현장에서는 정부의 동반성장 드라이브를 어떻게 느끼는지 궁금했다. 혹시나 하는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당시 “‘일진’에게 맞았다고 선생님한테 이르는 학생 봤냐”는 명언(?)을 남긴 건설 하도급 업체 A 사장은 “그때 더울 때 아니었나? 곧 더워지겠구먼”이라고 선문답을 했다. 대통령의 동반성장 주문이 나온 지 1년이 다 돼가지만 바뀐 게 없다는 타박이었다. 그는 요즘 일부 큰 건설업체는 건설경기 악화를 핑계로 단가를 깎자고 하거나, 일거리를 거둬가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고 했다.

지난해 “대통령이 말씀하시면 뭔가 달라지지 않겠느냐”고 했던 B 사장도 실망감이 크다고 했다. 굴지의 대기업 임원 출신인 그는 “동반성장지수 매기겠다고 한 것 빼고 달라진 게 없다. 어차피 대기업들 죄다 좋은 점수 받고 끝나는 쇼 아니냐”라고 되물었다. 휴대전화 부품업체를 운영하는 C 사장은 “장관인지, 동반성장위원장인지 하는 ×들, 입으로만 동반성장하다가 결국 다 정치하려는 거 아니냐? 그 사람들 꼴 보기 싫어서 요즘 뉴스도 안 본다”고 말했다.

동반성장 얘기만 나오면 순식간에 갑(甲)에서 을(乙)로 변하는 대기업 또한 입이 잔뜩 나왔다. 초과이익공유제를 둘러싸고 정 위원장과 최 장관, 일부 정치인이 공방을 거듭하는 사이 대기업들은 조금이라도 문제가 될 만한 소지가 있으면 동반성장이라는 미명 아래 지식경제부로, 국세청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 불려다니며 ‘동네북’ 신세가 됐다. 차라리 정부가 일사불란한 동반성장 지침을 정하면 따르련만, 밑도 끝도 없이 죄인 취급을 받는다며 불만이 가득하다.

대통령이 직접 동반성장을 지시해도 정치인들의 권력 다툼, 부처 간 힘겨루기, 공무원의 탁상행정으로 좌충우돌하는 현실에 대해 한 대기업 관계자는 “대통령의 공정(公正) 사회가 현장에서는 ‘공무원이 정하는(公定) 사회’로 변질됐다”고 꼬집었다.

“김 기자, 몇 달 뒤에 또 전화했는데 내가 안 받거든 우리 회사 망한 줄 알아”라는 A 사장의 농담 섞인 인사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동반성장 정책이 지금부터라도 제자리를 찾기 바란다.

김희균 산업부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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