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함준호]DTI 규제, 가계부채 위험관리에 효과적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1일 03시 00분


함준호 연세대 교수·국제학연구소장
함준호 연세대 교수·국제학연구소장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부활한다. 그간 논란을 지켜보면서 DTI 규제를 부동산 경기조절 수단의 일환으로만 보는 시각이 많아 안타까웠다. 주지하다시피 저축은행의 구조조정과 더불어 우리 경제의 최대 현안이 800조 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 문제이다. DTI 규제는 가계부채의 연착륙을 통해 금융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봐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금리 등 통화정책과 미시 금융감독만으로는 신용의 팽창과 수축에 따른 자산시장의 거품과 붕괴를 제대로 관리할 수 없음이 드러나면서 거시건전성 감독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특히 개방된 신흥국에서는 독자적인 금리정책의 운용이 어렵고, 따라서 DTI 규제와 같은 거시건전성 감독 장치가 시스템 위험의 완화를 위한 긴요한 보완적 정책수단이 된다.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건전성이 이미 위험 수위에 이르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우선 규모 면에서 2000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52% 수준이던 가계부채가 2009년 80%에 이르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69%에 비해 월등히 높다. 더구나 최근 주요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감소하는 상황임에도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이는 가계부채가 실물경제의 성장에 기반한 실수요 증가나 소득 등 부채 상환능력의 향상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에서 보듯이 금융시스템의 경기 순응성과 군집행태로 인해 신용 확대가 자산가격을 부풀리고 자산가격이 다시 신용을 팽창시키는 거품 현상이 종종 발생한다. 그러나 실물경제와 괴리된 신용거품은 속성상 언젠가 꺼질 수밖에 없다. DTI 규제는 금융회사와 가계의 자산 및 부채 확대를 소득과 같은 실물경제의 성장 속도와 연계해 괴리를 방지하는 핵심적인 고리 역할을 한다.

주택담보대출의 구조도 큰 문제이다. 작년 9월 말 현재 변동금리 대출이 93%에 이르러 금리 상승 부담이 가계에 집중돼 있다. 또한 일시상환 대출의 비중이 높고, 거치기간을 연장하며 이자만 내는 경우를 제외하면 실제 분할상환 대출 비중은 16%에 불과해 경제상황 악화 시 원금 상환 압력이 가중되는 데 따른 시스템 위험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DTI 규제를 통해 대출 만기를 장기화하고, 위험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큰 고정금리나 분할상환 대출의 경우 DTI 규제를 탄력적으로 적용해 부채 구조의 전환을 유도하는 게 합리적인 정책방향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이러한 조치가 가계부채의 총량을 늘리지 않도록 운용 과정에서 차등화 폭을 조절해 나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아울러 고정금리 대출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금융회사의 금리 변동 위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커버드 본드 등 유동화제도의 개선도 병행돼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DTI 규제는 부동산 경기 조절 목적의 재량적인 직접규제 방식에서 벗어나 금융 안정 목적의 상시적인 거시건전성 감독 장치로 발전돼야 한다. 가계 부실 위험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소득과 직업 등 차주의 특성은 물론이고 지역별, 금융업권별로 세분된 체계적인 DTI 관리가 필요하다. 따라서 금융회사가 자율적으로 DTI를 신용심사 및 리스크관리 지표로 사용토록 하고, 당국은 최고한도 설정과 함께 그 범위 내에서 금융회사의 세부 운용실태를 감독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금융회사도 차입자의 상환 여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경기 변동 상황을 신용평가에 감안하는 등 가계부채의 위험관리 역량을 지속적으로 키워가야만 한다.

함준호 연세대 교수·국제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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