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평과세 이루려면 국세청 달라져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1일 03시 00분


정부가 과세 공평성을 높이기 위해 역외(域外) 탈세 및 고액 체납자에 대한 세금 추징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체납세액 징수업무를 민간에 위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대기업이 특정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편법 증여나 상속을 하는 행위에 과세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에 포함됐다.

‘과세 사각지대’는 우리 사회 곳곳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일부 기업인 및 고소득 전문직이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고 재산을 불린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유력 인사들의 탈세를 수수방관하고서는 세무행정에 대한 불신을 해소할 수 없고,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로 가기도 어렵다. 늘어나는 국가적 재정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도 질 나쁜 ‘세금 빼돌리기’는 엄하게 다루어야 마땅하다.

차제에 역대 정권이 정략적 목적을 위해 국세청을 ‘권력의 칼’로 악용한 어두운 과거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전두환 정권 시절 권력 핵심부의 눈 밖에 났던 국제그룹은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받은 뒤 해체됐다. 김대중 정권은 대북정책의 문제점과 권력형 비리 등을 비판하는 주요 신문사들을 탄압하기 위해 전례 없는 고강도의 세무 사찰을 자행했다. 정치적 복선을 깐 세무 사찰이 근절되지 않는 한 조세 정의(正義)는 공염불에 불과하다. 이현동 국세청장은 물론이고 이명박 대통령도 역대 정권의 국세청 악용과 ‘세정(稅政)의 정치화’가 남긴 교훈을 새겨볼 일이다.

1999년 안정남 씨가 국세청장에 임명된 뒤 지금까지 국세청 수장(首長)을 지내고 물러난 7명 가운데 손영래 이주성 전군표 씨 등 3명이 비리 혐의로 사법 처리됐다. 한상률 전 청장은 그림로비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김대중 정권의 언론사 세무 사찰을 주도한 뒤 건설교통부 장관으로 영전했던 안정남 씨는 ‘안정남 가족타운 조성’ 파문 등 부정축재 의혹으로 20여 일 만에 낙마했다. 그는 다른 비리 의혹까지 불거지자 해외로 도피해 1년 4개월 동안 떠돌았다.

이 대통령은 어제 “역대 기관장이 가장 감옥에 많이 가는 데가 농협중앙회와 국세청”이라고 말했다. 현역들에게 어두운 전철을 밟지 말라는 당부 같다. 국세청 공무원들은 업무 특성상 공식 직급 이상의 권한을 행사하기 때문에 몸가짐에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 한 전 청장이 기업들로부터 자문료 명목으로 5억 원을 받는 과정에 국세청 현직 간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보더라도 국세청 개혁은 갈 길이 멀다. 공평과세와 공정사회를 실현하려면 국세청이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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