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박영균]빌과 폴의 ‘동업’ 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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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일 20시 00분


마이크로소프트(MS)의 공동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미국 시애틀의 한 사립학교에 다니던 중 인생의 전기를 맞았다. 빌이 13세에 입학한 레이크사이드 사립학교의 자모회 어머니들은 자선행사 수익금을 제너럴일렉트릭(GE) 컴퓨터의 사용시간을 구매하는 데 쓰기로 결정했다. 컴퓨터가 거의 없던 당시로선 뜻밖이었다. 이때 게이츠는 GE 시스템에서 베이직이란 컴퓨터 언어로 프로그램을 짜는 데 흥미를 갖게 되었다. 일반인은 컴퓨터를 구경하기도 힘들 때였다. ‘먼저 깬’ 선각(先覺)의 어머니들이 없었더라면 과연 오늘의 빌 게이츠가 있었을까 싶다.

▷MS 창업에 없어서는 안 될 인물은 게이츠의 사립학교 친구인 폴 앨런이다. 게이츠와 앨런은 인텔의 새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이용해 교통량 측정 계산기를 만들어 첫해에 2만 달러를 벌었다. 게이츠는 하버드대에 진학하고, 앨런은 워싱턴주립대에 갔지만 곧 자퇴하고 보스턴에서 프로그래머로 취직했다. 그 뒤 소형 컴퓨터 회사로 옮긴 앨런은 게이츠에게 휴학하고 함께 일하자고 설득한다. 그리고 둘은 MS를 공동 창업한다.

▷동업자들은 세기적 성공을 거둔 뒤 우정에 이상이 생겼다. 앨런은 1982년 게이츠 곁을 떠나 투자회사 대표가 됐다. 그가 17일 출간할 예정인 자서전 ‘아이디어 맨’에서 게이츠를 ‘탐욕스러운 인물’로 그렸다. 앨런은 “1982년 (림프)암으로 치료를 받을 때 게이츠가 내 지분을 줄이기 위해 스톡옵션을 발행하려 했다”며 이 일로 결별하게 됐다고 했다.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 제국을 함께 세운 그들을 갈라놓은 것은 무언가. 엔지니어 기질의 앨런이 사업가 스타일인 게이츠를 오해한 것인가. 동업(同業)의 어려움을 새삼 느끼게 한다.

▷동업자들은 의기투합해 손을 잡지만 세월이 지나면 틈이 벌어지기 쉽다. 국내 굴지의 기업을 일군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과 효성 창업주 조홍제 회장도 1948년 삼성물산을 공동 창업했으나 결별하고 각각 더 큰 기업을 일궈냈다. 자손에게 상속되면 동업이 지속되기 힘든 경우도 있지만 대를 이은 아름다운 동업의 사례도 있다. LG그룹을 공동 창업한 구씨 일가와 허씨 일가는 57년 동안 대를 이어 동업을 지속하다가 다툼 없이 멋진 작별을 했다. 기업의 역사가 오래된 서양보다 동업이 어렵다는 한국에서는 이례적이라 할 만도 하다.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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