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조주행]‘체벌 없는 학교 만들기’ 윈-윈게임 되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2일 03시 00분


조주행 중화고 교장
조주행 중화고 교장
체벌 금지 이후 교권 침해사안이 증가하여 학교 현장 교원들의 애로가 커지자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간접체벌을 허용한 것을 두고 일부 교육청이 조례에 규정된 교육감의 교칙 허가권을 근거로 교칙을 개정하여 간접체벌을 허용하는 교장을 처벌하겠다는 의사를 언론에 공개적으로 발표해 학교장들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교육청의 이런 처사로 인해 보통교육에서 가장 존중되어야 할 교장의 권위가 훼손되고 학교 공동체의 사기가 실추되어 자칫 교육계 전체가 자중지란에 빠지게 되지는 않을까 염려된다.

일반인의 법 상식으로는 조례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충돌하는 경우 당연히 상위법인 시행령을 따라야 한다. 조례는 위법한 것이 되어 속히 시행령에 맞게 개정되어야 하고, 교육청은 개정되기 전이라도 학교장의 학칙 개정권을 수용해야 마땅하다.

교육청은 신체의 자유나 인권보호와 같은 기본권 관련 사항은 상위법 우선 적용의 예외라며 자연법 원리를 원용하는 듯한 주장을 강변하고 있으나, 학교장이 그런 법리를 판단할 수는 없는 일이다. 짧은 소견으로는 국민의 기본권 보장 문제는 헌법 사항이지 시행령이나 조례가 다룰 사항은 아니며 사법부에서 판단할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상명하복의 원리상 학교장은 당연히 교육감의 명령에 복종할 의무가 있지만, 교육감의 명령이라 해도 그것이 실정법을 위반한 것이거나 부당한 경우에도 복종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복종하지 않았다고 하여 교장을 처벌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복종으로 인한 결과에 대해서는 학교장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교과부나 교육청이 학교 교육에 시시콜콜하게 간섭하는 것은 권한의 위임과 분배의 원칙에 어긋나는 일이고, 교장의 통솔력을 약화시켜 학교 현장을 혼란에 빠뜨릴 우려가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

학교 현장의 분위기로 볼 때 학생이나 학부모는 체벌 금지에 별 관심이 없으며 오히려 불안해하고 있다. 학부모들의 관심은 오로지 자기 자녀들이 원하는 상급학교에 진학하는 데 있기 때문에 체벌을 금지하려다 자녀들의 진로가 좌절되는 것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교사의 교권이 형해화되고 학생 통제력이 상실됨으로써 곳곳에서 학습 장애가 발생하고 있다. 효과적인 대안이 시급하게 강구되지 않으면 교실 붕괴, 학교 붕괴가 가속화되어 학교가 황폐화될 위기를 맞지는 않을까 염려된다.

미국 및 영국의 일부 학교에서는 지나친 자유권 확대로 인하여 학생들 사이에서 반달리즘이 확산되어 국가의 미래가 불안해지자 다시 체벌을 허용하고 교장 징계권을 강화하고 있다. 학교 교육정책은 국가 사회의 현실적 요구와 변화하는 학생들의 의식을 반영하여 학교 공동체의 자율성을 강화하는 것이 대세여서 학교 교육의 질적 향상과 경쟁력 제고를 위한 학교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체벌 금지 대책만이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이다. 비전 제시도 없이 일방적인 금지명령으로 체벌을 제거하려는 시도는 어느 모로나 무리수가 아닐 수 없다.

체벌 없는 학교 만들기는 체벌이 필요 없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학교 공동체의 공동의 노력을 통하여 모두가 만족하는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윈-윈 게임이 되어야 한다.

조주행 중화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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