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파투 케이타]아비장의 창가에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8일 03시 00분


파투 케이타 코트디부아르 여성 소설가
파투 케이타 코트디부아르 여성 소설가


AK-47 소총 발사 소리가 며칠간 아비장을 둘러쌌다. 우리의 간절한 기도에도 불구하고 지난가을 대선의 여파가 코트디부아르의 수도이자 로랑 그바그보 전 대통령의 요새가 된 이곳, 아비장까지 들이닥쳤다. 지난 목요일, 우리는 우아타라군 군대가 도시로 진입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코트디부아르는 그바그보 대통령이 4개월 전 대선에서 알라산 우아타라 당선자의 승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해 4개월간 유혈사태를 빚고 있다. 국제사회는 우아타라 대통령을 합법적인 당선자로 인정했다. 이달 4일 유엔 다국적군은 전격 공습을 단행했다―번역자).

나는 새벽 동이 틀 무렵, 우아타라군이 지나가는 소리를 들었다. 아들과 함께 살금살금 창가로 가 커튼 사이로 그들을 보았다. 무장 군인들은 조심스럽게 거리를 걷고 있었다. 차량들은 전조등을 끄고 뒤를 따랐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잠시 후, 한 발의 총성이 울려 퍼졌다. 그바그보군과의 전투가 시작된 것이다.

평소에는 곧잘 정치 이야기를 했던 이웃들이 이날만큼은 곧 침묵이란 합의가 이루어졌다. 얼굴 표정은 어두웠지만, 그렇다고 해서 적의에 가득한 표정은 아니었다. 지금 우리의 과제는 정치적 논쟁이 아니라 과연 살아남을 수 있느냐는 물음이었다.

아비장의 하루는 길게만 느껴진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총소리 때문에 집 안에만 틀어박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총격전이 거세지는 날에는, 바닥에 바싹 엎드려 있어야만 한다. 이웃집 벽들에는 총알이 박혀 있는 곳도 있다. 어린 손녀는 두려움에 바들바들 떤다.

국영 TV가 보여주는 것이라고는 거짓말과 선동뿐이다. 그래서 나는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스카이프(인터넷 국제전화)로 친구와 통화를 하며, 대체 우리나라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단편적인 정보들을 모은다. 주로 파리, 뉴욕, 스톡홀름의 정보에 의존하고 있다. 갑자기 아들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친구 하나가 “아는 여성이 아이를 낳으려고 하는데 의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변에 아는 의사가 없어 아무도 그녀를 도와줄 수 없다면서 말이다. 파리에 있는 친구에게 연락해 적십자 전화번호를 물어 찾아주었다.

월요일(4일)에 우리는 우아타라군과 그바그보군 사이에 전면전이 있을 것이란 소식을 들었다. 오후면 통행금지령이 내려질 터였다. 그날 아비장의 공기는 탁하고도 무거웠다. 흥분한 나는 컴퓨터에 앉아 뉴스를 뒤졌다. 모니터를 오랫동안 뚫어지게 보고 있자니 등이 쑤시고, 눈이 아파왔지만 도저히 눈을 뗄 수 없었다. 드디어 때가 왔다. 아비장 시민들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 다국적 군대가 들어온 것이다. 유엔과 프랑스군이 그바그보를 향해 포문을 연 것이다. 나는 계속해서 컴퓨터에 앉아 있었다. 순간 벽이 흔들렸다. 컴퓨터는 바닥에 널브러졌다. 우리 가족 모두는 바닥에 엎드렸다. 친척과 친구들로부터는 계속 전화가 왔다. 내가 부여잡은 전화기 사이로 총소리가 전해졌다.

화요일 아침, 산발적인 총소리가 불편한 침묵을 깨뜨렸다. 대통령궁이 포위되었고 군인들이 그바그보를 찾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바그보가 투항할 준비가 되었다는 말도 들린다. 그들은 말한다…그들은 말한다. 나는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다. 이 (전쟁의) 끝을 그리고 누군가로부터의 구원을.

―뉴욕타임스 기고

파투 케이타 코트디부아르 여성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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