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의 재학생과 휴학생 4명이 올해 들어 잇따라 자살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자살의 원인을 둘러싸고 논의가 분분한 가운데 2006년 7월 취임한 이후 강도 높은 대학 개혁을 지휘해온 서남표 총장에게 화살이 쏠리고 있다. 서 총장은 2007년 신입생부터 4.3점 만점인 학점을 평균 3.0 이하로 받는 학생에게 학기당 6만∼600만 원의 등록금을 차등 부과하는 ‘징벌적 등록금제’를 실시했다. 학부 전 수업을 100% 영어로 강의하도록 하는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진보신당은 어제 “서 총장이 차등 등록금 제도를 도입해 학생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학생을 공부기계로 만들려고 수업료로 위협하며 비극을 낳게 한 서 총장은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의 학업을 면려(勉勵)한 서 총장에 대한 과도한 비난이다.
학생들의 자살 원인을 서 총장의 ‘경쟁 중심 개혁’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합리적 분석이 아니라고 우리는 본다. KAIST에서는 2000년 이후 16명의 학생이 자살했는데 8건은 서 총장의 개혁 조치 전의 일이다. 서 총장이 취임하기 전인 2003년 4명, 1996년과 1997년 2년 동안 8명이 자살했다.
이 대학 학생들은 징벌적 등록금 제도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느꼈을 것이다. 실제로 학생들이 듣고 싶은 과목보다 학점 따기 쉬운 과목을 골라서 듣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KAIST는 고교 시절에 성적 상위 0.5% 안에 드는 최우수 학생들이 입학하는 명문대학이다. 이들이 대학에 들어와 다른 학생들과 경쟁하면서 1등을 유지하지 못했을 때 느끼는 압박감도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미국 영국 등 외국의 명문대에서도 자살하는 학생은 적지 않다. 한국에서 대학생 자살은 2008년 332명, 2009년 249명이나 됐다. 그런데도 유독 KAIST 학생들의 자살이 사회적으로 크게 부각되는 것은 ‘과학영재 집단’이라는 이 대학의 특수성이 작용하는 듯하다.
학점이 좋은 학생을 격려하는 장학금과 달리 학점이 나쁜 학생들에게만 등록금을 내게 하는 제도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KAIST는 징벌적 등록금을 폐지하고 영어 강의도 개선할 계획이다. 그러나 최고의 인재를 육성하려는 대학 개혁의 기조가 바뀌어서는 안 된다. 자살 원인에 대한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분석에 근거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