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장성이 맡아오던 방위사업청의 핵심 보직들을 민간에 맡기기로 한 방침이 알려지면서 군 안팎이 술렁이고 있다.
육군 소장이 맡고 있는 사업관리본부장과 예하 사업부장 3명은 해외 무기 도입과 무기 연구개발 등 방위력 개선사업을 책임지는 핵심 직책이다. 이들의 군 복귀 결정은 앞으로 단행될 대규모 부서 통폐합과 인력 감축 등 방사청 ‘문민화’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당장 부정적인 목소리가 적지 않다. 군과의 소통 부재가 우려된다며 조직 개편이 너무 성급하다는 지적들이다. “노대래 청장이 취임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이런 중대한 결정을 한 것은 ‘정치적’ 논리가 작용한 것 같다”는 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방사청 설립 당시의 취지와 방사청의 현주소를 비교해도 이런 주장이 나올 수 있을까.
방사청은 2006년 노무현 정부 시절 야심 찬 개혁을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방사청은 불투명하고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온 국방획득제도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2년여 준비 끝에 출범했다. 과거 ‘율곡비리’로 상징되는 군수비리를 척결하고 효율성과 전문성을 강화해 자주국방을 실현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온갖 비리 사건으로 얼룩진 방사청의 현재 모습은 어떠한가. 지난 한 해 동안에만 링스헬기 등 해군 장비의 허위정비 사건을 필두로 신형 전투화 불량, 차세대 전투장갑차 K-21 결함 등을 둘러싼 갖가지 비리 행위가 드러났다. 대부분 방사청에서 근무하는 현역 장교와 방사청 출신 예비역 장교들이 연루돼 있다.
방사청에 파견돼 근무하는 현역 군인은 전체 인원 중 49%(800여 명)를 차지한다. 이들은 다른 공무원보다 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청와대는 이미 2009년부터 비리 의혹이 끊이지 않는 방사청 현역 군인들의 야전 복귀를 통해 그 수를 대폭 줄이는 방안을 국방부와 협의해 적극 추진해 왔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노 청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방사청은 개혁 과제가 많은 곳”이라며 “강력한 의지를 갖고 부패 고리를 끊어야 한다. 머뭇거리지 말고 과감하게 내부 개혁을 추진하라”고 주문했다.
비리 척결을 위해 만들어진 방사청이 어느새 개혁 대상이 된 현실을 군과 방사청은 냉정하게 직시해야 한다. 노 청장은 방사청 개혁 임무를 부여받고 들어온 네 번째 방사청장이다. 또다시 개혁 의지가 흐지부지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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