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스폰서 검사’ 의혹을 폭로해 파문을 일으킨 부산 경남지역 건설업자 정용재 씨가 ‘검사와 스폰서, 묻어버린 진실’이라는 책을 펴냈다. 정 씨는 작심한 듯 56명의 검사 실명(實名)을 공개하며 뇌물 액수와 접대 방법을 적나라하게 폭로했다. 정 씨는 비리의 진상이 은폐됐다면서 사실상 전면 재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정 씨는 책에서 “한 달에 두 번씩 검찰 지청장에게 100만 원, 평검사에게 30만 원을 상납했고 1985년쯤부터는 서울로 올라와 검사들을 접대하고 촌지도 건넸다”고 주장했다.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검사들에게는 전별금으로 30만∼50만 원을 주다가 1986년부터는 순금 3돈짜리 마고자 단추를 건넸다고 주장했다. 정 씨는 이런 식으로 1회 이상 접대한 검사가 200명 이상이라고 털어놓았다.
성(性) 접대와 검사들의 권세(權勢)를 묘사한 부분은 갱 영화를 보는 듯하다. 정 씨는 모델들을 데리고 경찰 고속도로순찰대의 호위를 받으며 ‘원정 접대’를 간 적도 있다고 밝혔다. “당시 성 접대는 필수였다”면서 “극히 일부만 빼고 거절한 검사가 거의 없었다”고 적었다. 서울지검 검사들이 지리산 등반 후 비행기 시간에 맞추기 위해 경찰 헬리콥터를 탔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이런 내용이 사실이라면 지난해 검찰의 진상 조사 및 특별검사의 수사는 부실수사의 오명을 벗기 어렵다. 대검찰청은 “이미 허위로 드러나 종결된 사안”이라고 일축했지만 그렇게 안이하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검사 56명의 실명을 공개하고 비리 의혹을 폭로했는데도 검찰이 가만히 있다면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검찰 스스로 진상을 철저히 다시 규명해 정 씨의 폭로 내용이 사실이면 검사를 처벌하고, 사실이 아니면 정 씨가 법의 단죄를 받아야 할 것이다.
최근 30대 검사에게 수뢰 혐의로 조사받던 50대 지방공무원이 뺨을 맞은 것이 분해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사건도 있었다. 이러니 검찰이 ‘공포와 혐오의 대상’(소설가 김훈 씨 표현)이라는 말을 듣는다. 뒷구멍으로 검은돈과 향응을 즐기면서 피의자의 뺨이나 때리고 강압수사를 하는 검사들이라면 춘향전의 ‘변사또’와 무엇이 다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