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후보 못 낸 제1야당, 선거구 못 간 여당 대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14일 03시 00분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김태호 후보가 출마한 경남 김해을 보궐선거 지역에 가지 못하고, 김 후보를 지원하기 위한 ‘김해 정책 비전’을 김해가 아닌 창원에서 발표했다. 당 대표가 선거구에 가보지도 못하는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을 선거구의 정서를 감안하더라도 참으로 해괴한 일이다. 집권 여당이라고 할 수 없는 부끄러운 일이다. 김 후보는 안 대표를 선거구에 못 오게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차라리 무소속으로 나오지, 무엇 때문에 한나라당 후보로 나섰는가.

이 지역 야권 단일화 후보로는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가 확정됐다. 명색이 제1야당인 민주당이 의석 하나 없는 국민참여당과 단일화 여론조사를 해서 후보 자리를 내줬다. 정당정치의 기본을 무너뜨리는 일이다. 총선도 아닌 재·보궐선거에 지더라도 후보를 내서 당당하게 지는 게 낫지, 무(無)의원 정당에 판판이 깨지니 민주당은 유권자 앞에서 면목을 세울 수 없게 됐다.

야권의 후보 단일화는 처음부터 협상의 단추를 잘못 채웠다. 정강 정책이 서로 다른 정당들은 먼저 공동 정책의 우선순위를 조율한 뒤 후보 단일화 문제를 논의해야 하는데도 정책 조율에는 아무 관심이 없었다. 야4당은 뒤늦게 어제 10대 공동 정책 의제를 발표하며 생색을 내는 데 그쳤다. 정당은 대의(代議)민주주의를 떠받치는 근간이다. 우리 헌법은 정당정치의 육성을 위해 운영자금을 국고에서 지원하고 선거후보자 공천권을 부여하고 있다.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유를 내세우지만 정당 정치의 심각한 왜곡이다.

선거철만 되면 한 표를 좇는 철새 논란도 재연되고 있다. 최근 민주당에 입당한 송훈석 의원(3선·강원 속초-고성-양양)은 신한국당, 국민회의, 무소속을 거쳐 2008년에 한나라당에 공천 신청까지 했다가 퇴짜를 맞은 전력의 소유자다. 강원도지사 보궐선거를 위해 한나라당은 그동안 당 소속 후보와 맞섰던 현지 유력 인사들을 무차별적으로 끌어들여 당내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