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고장으로 가동이 중단됐던 부산의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가 15일 재가동에 들어간다.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해 국내 원전으로는 가장 오랜 무(無)고장 안전운전 기록을 갖고 있는 고리 1호기가 고장으로 가동이 정지된 것은 6년 만의 일이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고리원자력본부는 “이번 고장은 가정집에서 두꺼비집(차단기)이 내려간 정도의 경미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고장 당일인 12일 부산지방변호사회는 고리 1호기의 가동 중단을 요청하는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냈다. 고리 1호기가 설계수명 30년을 넘기고 계속 가동돼 사고 위험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부산 북구 의회는 어제 고리 1호기 가동 중단과 폐쇄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일본의 원전 사고를 계기로 국내 원전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안전을 걱정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운전 여부를 여론재판 식으로 몰아가 결정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판단은 전문지식을 지닌 과학자들에게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원전을 폐쇄할 경우 전력을 충당할 수 있는 대안에 대해서도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2007년 고리 1호기의 연장 가동 결정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면밀한 검증을 하고,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한 원자력안전위원회 심의를 거쳐 내려졌다. 이번 고리 1호기 고장 역시 원자력안전위에 즉각 보고됐으며 부품 교체나 재가동은 위원회의 승인 아래 이뤄진다.
한수원 측은 주민의 불안감 해소 차원에서 지난달 고리 1호기 내부를 공개했다. 일부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들은 고리 1호기의 안전성 평가보고서를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수원은 기밀을 제외한 관련 자료들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원전은 수명이 다하면 언젠가는 폐쇄해야 한다. 미국 등 일부 선진국을 제외하면 세계적으로 폐로(廢爐) 기술과 경험이 부족하다. 미국의 경우 대형 원전 폐쇄에 평균 3억 달러(약 3200억 원)가 들었다. 우리도 기술개발에 적극 나서 폐로 사업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