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북 核대화, 6자회담 위한 구색 갖추기 안 돼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18일 03시 00분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교착 상태에 빠진 6자회담의 재개를 위해 비핵화에 관한 남북 대화를 갖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명박 대통령도 어제 청와대에서 클린턴 장관을 만나 이 같은 공감대를 재확인했다. 한미 양국은 중국과 북한의 단계적 회담 요구에 대해 조건부로 대화의 문을 열어놓은 것이다.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11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 만난 뒤 남북 회담에 이어 북-미 회담과 6자회담을 열자는 단계적 회담 계획을 밝힌 바 있다.

6자회담은 2008년 12월 이후 중단된 상태다. 그 사이에 북한은 2009년 5월 2차 핵실험을 실시해 북핵 문제가 더 악화됐다. 북핵 해결은 고사하고 북한의 핵 무장을 이웃집 불구경하듯이 손놓고 있으니 6자회담은 기능을 상실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의장국인 중국의 책임이 크다. 6자회담 참가국 가운데 유일하게 북한과 계속 접촉하는 중국은 북한의 핵 개발을 사실상 방기하고 있다.

북한과 미국이 전체 방향을 주도하는 현행 6자회담 운영방식도 잘못됐다. 미국은 세계전략 차원에서 핵 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중동의 민주화 시위, 아프가니스탄 전쟁 같은 긴급한 현안이 발생하면 북핵 문제는 뒷전으로 밀린다. 일본은 6자회담을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통로로 활용했다. 북한의 핵무기가 겨냥하는 1차 목표는 한국이다. 북한은 최근 들어서는 드러내놓고 핵 참화 운운하며 한국을 협박하고 있다. 우리에게 사활이 걸린 북핵 해결을 위한 남북 대화가 먼저 마련된다면 6자회담의 무력한 분위기를 바꾸어 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남북 대화가 6자회담 재개를 위한 구색 갖추기가 돼서는 안 된다. 한미 양국은 남북 대화가 열리게 되면 먼저 북한이 비핵화에 진정한 의지를 보여줄 것을 요구해야 한다. 선행(先行) 조치로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중단,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중지를 강력하게 주문할 필요가 있다. 1989년 북한 영변 핵시설 사진 공개로 핵 사찰 압박을 받은 북한은 전례 없이 남북 회담에 응했고, 남북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합의했다. 하지만 북한의 비핵화 약속은 휴지 조각이 돼버렸다. 북한이 남북 대화를 북-미 대화와 6자회담으로 가는 형식적 절차로 다루던 과거 방식을 되풀이 할 의도라면 국제사회의 제재와 응징을 계속 받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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