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칠레의 150개 주요 수입품목 가운데 한국은 자동차 세탁기 등 40개 품목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29개는 2위, 27개는 3위이며 칠레 수입시장 점유율 5위 안에 든 우리 품목이 129개나 됐다. 한국과 경쟁 관계인 일본은 42개 품목이 5위 안에 들어가는 데 그쳤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은 2004년 4월 발효한 반면 일본-칠레 FTA는 이보다 2년 10개월 늦은 2007년 2월 발효해 이 같은 차이를 만들었다고 KOTRA는 분석했다.
이달 1일 발효 7년을 맞은 한-칠레 FTA는 우리나라 최초의 FTA이면서 아시아와 남미 국가 사이에 체결된 첫 FTA다. 두 나라 교역액은 협정 발효 전보다 287% 늘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칠레와의 무역에 따른 한국의 생산유발 효과는 FTA 발효 전과 비교해 4.6배, 부가가치는 3.3배, 취업유발인원은 3.7배로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칠레산 포도주 수입이 늘면서 한국에서 외국 와인 가격이 낮아질 만큼 우리 소비자들도 혜택을 봤다.
지난해 1월 발효한 한-인도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 효과도 두드러진다. FTA와 비슷한 성격인 CEPA 시행 첫해인 작년 한국의 대(對)인도 수출액은 114억 달러로 전년보다 43% 늘었다. 인도는 독일을 제치고 중국 미국 일본 대만에 이어 한국의 다섯 번째 수출시장으로 떠올랐다. 일본이 올해 2월 서둘러 인도와의 CEPA를 체결하고 연내 발효를 적극 추진하는 것도 한-인도 CEPA에 따른 위기감 및 학습 효과와 무관하지 않다.
한-칠레, 한-인도 FTA의 성과는 협상 체결 못지않게 신속한 발효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한국은 칠레 인도 등과 FTA를 발효한 데 이어 미국 및 유럽연합(EU)과도 협상을 타결하고 국회 비준을 기다리고 있다. 여야 정쟁 때문에 한-EU,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가 늦어져 발효에 차질이 생기면 그만큼 국익과 민생에 손실이 온다. 최근 논란이 된 협정문 오역(誤譯)은 잘못이지만 이를 핑계로 비준을 늦추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어제 “미 의회에서는 한미 FTA 비준을 준비하고 있으며 수개월 안에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클린턴 장관에게 “한미 FTA 발효가 3년 이상 지체돼 협정이 가져올 막대한 경제적 안보적 이익을 양국 국민이 누리지 못하고 있다”면서 한미 FTA의 조기 비준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강조했다. 여야 정치권이 국민의 일자리와 소득, 국가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서둘러 한-EU,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