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정교과서 비리, 교과부와 교육청은 어디 있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18일 03시 00분


초중고교 검정교과서의 인쇄와 납품을 독점하고 있는 사단법인 한국검정교과서는 뇌물 비리의 온상이었다. 검정교과서 직원들이 교과서 업체에서 지난 5년 동안 리베이트 명목으로 받은 뇌물은 검찰 수사로 드러난 것만 약 15억 원이다. 검정교과서에 대한 지도 감독 책임이 있는 교육과학기술부나 교과서를 구매하는 교육청들이 이런 실정을 몰랐는지, 알고도 눈감아주었는지 규명할 필요가 있다.

검정교과서 직원들이 받은 뇌물과 향응 비용은 모두 교과서 가격에 전가됐다. 고교 교과서는 학생이 직접 구매한다. 학생들이 20%가량 비싼 값에 사본 셈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과서는 교육청이 정부 교육예산으로 일괄 구매해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만큼 납세자인 국민이 피해자다.

검정교과서는 교과서 공급의 과당경쟁과 가격 상승을 막고 교과서를 공동으로 생산 공급한다는 명분으로 1982년 검정교과서 출판사들이 비영리법인으로 설립했다. 검정교과서를 거치지 않고는 교과서 인쇄도 납품도 할 수 없는 독점적인 구조가 비리를 잉태했다. 검정교과서 직원들은 교과서 업체에 매출액의 20%를 사례비로 요구해 공동 관리했다. 이렇게 생긴 검은돈으로 룸살롱을 드나들고 개인적인 주식투자에도 썼다니 제3세계 저개발 국가의 부패를 보는 듯하다. 기소된 직원들은 뇌물로 파지수거 업체를 만들어 검정교과서 창고에 보관된 용지를 빼돌리거나 파지를 팔아 약 8억 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처럼 비리가 장기간에 걸쳐 공공연히 이뤄졌는데도 검정교과서는 1982년 설립 이후 30년 동안 한 번도 공공기관의 수사나 감사를 받은 적이 없을 정도로 사각지대에 있었다. 역대 검정교과서 이사장은 대부분 교과부 간부 출신이 맡았다. 교과부는 낙하산 이사장을 내려보내 놓고 감독 책임을 소홀히 했고 검정교과서의 인쇄 및 공급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따져보지 않았다.

교과부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지난해 기관별 청렴도 조사에서 경찰청 대검찰청 등과 함께 하위그룹을 형성했다. 검정교과서 비리는 빙산의 일각이 드러난 것이라고 봐야 한다. 교과부와 교육청은 교육 부패의 한복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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