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 영어 번역본이 미국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순위 21위에 올랐다. 한국 작품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순위에 진입한 것은 처음이다. 뉴욕타임스는 5일자 서평에서 ‘엄마를 부탁해’에 대해 “너무 아름답고 슬퍼서 잊히지 않을 정도의 여백이 있는 신경숙의 작품은 화자를 계속 옮겨가며 놀라울 만큼 속도감 있게 슬픔을 표현했다”고 호평했다.
▷“우리 문학이 미국 시장에서도 통한다”며 뿌듯해하던 한국 독자들을 실망시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 공영라디오 NPR에 서평을 쓰는 모린 코리건 조지타운대 교수가 5일 ‘엄마를 부탁해’를 혹평한 사실이 알려졌다. 미국추리작가협회 부편집장인 코리건 교수는 1999년 비평 부문에서 미국 태생의 소설가 에드거 앨런 포를 기리는 에드거 상을 받은 영향력 있는 비평가다. 그는 ‘대도시로의 죄책감 여행’이라는 제목의 서평에서 “한국의 문학 장르 중 교묘하게 눈물을 짜내는 언니 취향의 멜로드라마의 정점”이라며 “김치 냄새나는 ‘클리넥스 소설’이 주는 값싼 위로에 기대지 말라”고 끝맺고 있다.
▷모성(母性) 자체는 인류의 보편적 정서지만 모성에 대한 시각과 접근 방식은 동서양이 다르다. 미국인은 엄마를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존재’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코리건 교수는 “엄마가 불행한 이유는 남편과 감사할 줄 모르는 자식들 때문이라는 것인데 이는 미국문화에서는 매우 낯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리는 미국적 소재와 가치관에 익숙하지만 미국인은 한국문화와 접촉할 기회가 거의 없다.
▷국내에서 150만 부나 팔린 인기 소설을 ‘클리넥스 픽션’으로 매도한 것은 기분이 좋지 않지만 비평은 어디까지나 비평이다. ‘주례사 비평’이란 말을 들을 정도로 칭찬 일색인 한국식 비평에 익숙한 사람들은 당혹스러울지 몰라도 이런 독설 비평은 미국에서 흔한 일이다. 작품을 혹평했다고 ‘인종 차별’이라며 사과를 요구하는 일부 한국 누리꾼의 철부지 행동이 미국에서 화제가 되지 않을지 걱정이다. 어느 나라에서나 비평가의 안목과 독자의 인식이 꼭 일치하지는 않는다. 지금으로선 ‘엄마를 부탁해’ 영어 번역본이 잘 팔리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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