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정연욱]선거 희비 가를 표심의 세대차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18일 20시 00분


정연욱 논설위원
정연욱 논설위원
서울 소재 대학의 A 교수는 지난해 학생들에게 작문 소재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제시했다. 학생들이 제출한 작문을 검토한 A 교수는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제출된 글의 90% 이상이 이명박 정부의 최대 역점 사업인 4대강 사업에 비판적이었습니다. 현 정권에 대한 20대 초반 대학생들의 일반적 정서를 그대로 보여준 것 아닐까요.”

한나라당은 올해 초부터 주요 이슈에 대한 변화 추이를 면밀히 살피기 위해 표적집단면접(FGI) 팀을 가동했다. 첫 조사 대상은 ‘30대 여성’에 맞춰졌다. 한나라당이 가장 취약한 계층이라는 판단에서다. 조사 결과 한나라당에 대해선 “그냥 싫다”는 응답이 압도적이었다고 한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한 판단 및 대책 보고서는 아직 손을 못 대고 있다.

20, 30대 상당수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등을 돌린 징후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세대 표심(票心)의 캐스팅보트를 쥔 40대도 최근 20, 30대 정서에 공감하는 경향을 띠고 있다. 야권에 비해 여권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50대 이상과 20∼40대 표심 사이의 골은 더욱 깊어지는 듯하다.

현 정부 3년차에 실시된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표심의 세대 전쟁이 벌어졌다. 당시 방송 3사의 출구조사에 따르면 최대 승부처였던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20, 30대의 65%가 야권 단일후보를 지지했고 40대에서도 야권 후보 지지율(56%)이 한나라당 지지율(41%)을 앞질렀다. 반면 50대 이상 유권자 중에선 67%가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했다.

지방선거 3년 전인 2007년 대통령선거 때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했던 20∼40대의 표심이 썰물처럼 떠나버린 것이다. 당시 이 후보는 20대 유권자 득표율에서도 정동영 민주당 후보에게 2배 이상으로 앞서는 등 전 세대에 걸쳐 압도적 우세를 보였다. 여권은 ‘MB효과’를 통해 그동안 취약했던 수도권과 젊은 세대로 지지기반을 넓혔다고 평가했다.

세대를 아우른 MB 진지(陣地)는 불과 3, 4년 만에 무너져버렸다. 여권은 세대 균열이 더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8일 앞으로 다가온 4·27 재·보선에서 야권이 젊은층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것도 동전의 양면이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앞으로는 지역 대결보다 세대 대결이 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며 “여론조사 결과를 심층 분석해 보면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의 세대 대결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젊은층은 대체적으로 교육, 재테크 등 생활 이슈에서 보수적인 성향을 띠면서도 주요 정치 이슈에 대해선 진보적 성향을 보이고 있다. 과거의 386세력처럼 이념적 지향을 고수하기보다는 시류(時流)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징도 있다. 제한적이지만 세대 간 장벽이 허물어질 수도 있다. 지난해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를 거치며 20, 30대 일부가 대북 제재를 지지하는 신(新)안보세대로 부상한 것이 한 사례다. 젊은 표심은 이중적인 만큼 언제든지 요동칠 수 있다. 어느 정치세력이 이들에게 ‘꽂히는’ 변화의 어젠다를 제때 내놓느냐가 관건일 듯하다.

여야 전·현 대표가 맞붙은 경기 성남 분당을은 보수 성향이 강한 한나라당의 텃밭이면서도 40대 이하 유권자가 전체의 67.3%를 차지하고 있다. 선거에서 드러날 세대 간 표심 전쟁은 내년 총선과 대선을 가늠할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다.

정연욱 논설위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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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추천 많은 댓글

  • 2011-04-19 10:24:33

    성경요엘에 자녀들은 장래 일을 말하고 젊은이는 이상을 보고 늙은이는 꿈을 꾸며,,, 세대에 따라 성향과 지향이 다르니 세대간 균열을 최소화하여 정치세력이 이들에게 ‘꽂히는’ 변화의 어젠다를 비전, 소명, 가치를 제때 내놓느냐가 표심의 관건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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