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저출산 저성장 저활력 국가로 주저앉을 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19일 03시 00분


국제통화기금(IMF)은 2012∼2016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4%대 초반에 머물러 세계 184개국의 평균보다 0.3∼0.7%포인트 낮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명박 정부가 내걸었던 7% 성장은커녕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 것이란 우울한 진단이다. 경제규모 세계 13위인 한국이 신흥국처럼 고성장을 지속하기는 어렵지만 선진국의 과거 경험에 비추어 한국의 성장률 하락이 지나치게 빠른 것이 문제다.

수출 제조업의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대한 기여는 2000년대 후반 이후 크게 낮아졌다.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지속성장을 위해 내수시장을 키워야 하고 서비스 부문의 중소기업 육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는 수년째 ‘서비스업 선진화 방안’을 놓고 부처 간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의 규제완화와 경쟁촉진 방안은 직역(職域) 이기주의에 막혀 있다. 전통 주력산업과 정보기술(IT)산업 외에 에너지 환경 인프라 등 신산업과 서비스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

저출산 고령화로 복지 지출이 급증하는 가운데 저성장이 겹치면 국가재정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 위기도 결국 재정 부담능력을 감안하지 않은 과잉 복지에서 빚어진 것이다. 정치권 일각은 ‘공짜 복지’를 외치며 국민의 복지 기대심리를 부추긴다. ‘저성장 고(高)복지’의 허황된 꿈은 버리고 지속가능한 복지를 위해 건강보험과 연금 개혁부터 과감하게 실행해야 한다.

한 외국 언론은 수년 전 한국이 ‘인재와 인프라를 갖추고도 외국인 투자를 끌어들이지 못하는 중년의 덫에 너무 일찍 빠졌다’고 지적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생산연령인구의 감소, 경제활동 및 소비시장 위축, 고용환경과 생활기반 악화, 저출산 심화의 악순환에 빠진 일본을 따라가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저성장의 늪에 빠지면 통일 대비도 제대로 할 수 없다. 천영우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통일 후) 1년이라도 버티려면 수십조 원의 통일기금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성욱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은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하면 지난해 국내총생산의 2배 규모인 2525조 원의 통일비용이 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저성장 속 복지타령에 매달리다가는 ‘고실업 저복지’의 빚쟁이 국가가 되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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