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치인과 판검사 ‘비리 수사체제’ 다 필요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20일 03시 00분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의 검찰소위원회 위원들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중수부)를 폐지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다. 판검사와 고위 공직자의 비리를 수사하는 특별수사청을 법무부 장관 휘하에 신설하는 방안은 수사 대상과 신설 여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대검 중수부를 폐지하면 정치인 비리를 수사하기 어렵다는 검찰 측 견해에 대해 소위 위원들은 지방검찰청 특수부가 수사하면 된다고 반론을 편다. 그러나 2년 임기가 보장되는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는 중수부도 권력의 외풍에서 자유롭지 않은 터에 지검장들이 권력형 비리 수사에서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보직인사나 고검장 승진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지검장으로서는 여권 실세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야당도 언제까지 야당만 하란 법도 없다. 정치인 비리를 제대로 수사할 수 있는 다른 체제를 갖추지 않는다면 중수부 폐지는 득보다 실이 많을 가능성이 크다.

야당 소속 소위 위원들은 판검사 비리와 함께 국회의원의 비리, 국회가 의결해 맡긴 사건에 대해서도 특별수사청이 수사하도록 하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여당 위원들은 특별수사청 신설은 낭비적인 요소가 많다는 이유로 반대한다. 특별수사청을 법무부 장관 휘하에 설치하는 방안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 법무부 장관은 대통령의 직접 지휘를 받는 만큼 검찰총장보다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이 강하다고 보기 어렵다.

검찰 개혁의 핵심은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 비리와 판검사 비리를 제대로 수사하려면 어떤 체제가 가장 실효성이 있느냐는 문제에 모아진다. 중수부를 폐지하고 특별수사청에서도 정치인을 수사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은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비리 수사를 어렵게 만들기 위한 개악(改惡)이라고 봐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검찰의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입법로비 의혹 수사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반감이 사개특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대검 중수부나 지검 특수부도 판검사 비리 수사에는 소극적이었다. 사건이 불거진 뒤에도 제대로 수사를 안 하다 특별검사가 발동된 적도 여러 차례다.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식 수사 관행이 누적되면서 판검사 비리에 대한 수사에는 검찰조직과 별도의 수사기관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는 여론이 높다. 정치인과 고위공직자의 비리는 물론이고, 판검사 비리도 성역 없이 파헤칠 수 있는 수사 체제를 갖추도록 개혁 방안을 도출해 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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