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재정적자 신용위기의 미국, 3조 달러 손에 쥔 중국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20일 03시 00분


세계 1, 2위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경제 상황이 대조적이다. 국제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18일 미국 국채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S&P가 신용등급을 부여하기 시작한 1991년 이후 처음이어서 세계 시장이 큰 충격을 받고 있다. 반면에 중국 경제는 올해 들어서도 고속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움츠러드는 미국’과 ‘팽창하는 중국’이라는 두 개 변수가 국제 정치의 지형을 어떻게 바꾸어갈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S&P는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바뀌면 33%의 확률로 현재 AAA인 미국의 신용등급이 2년 내 강등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경제가 더 나빠질 것이라는 경고다. 미국의 신용위기는 천문학적인 재정적자와 국가부채 탓이다. 올 한 해 재정적자가 1조5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 부채는 곧 상한선인 14조30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적자 위기는 연방정부 폐쇄 시한을 1시간 남기고 타결된 2011회계연도 예산안에서도 잘 드러난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공화당의 요구대로 385억 달러의 정부 지출 삭감에 동의해 간신히 파국을 면했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지난달 3조 달러를 넘어섰다. 불과 2년 만에 1조 달러나 늘었다.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외환보유액의 3분의 1만 투입해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IBM 구글 등 미국의 4대 정보기술(IT) 기업을 모두 인수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1조 달러가 넘는 미국 채권도 보유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영향력도 돈이 좌우하는 시대다. 중국은 높아진 경제력을 기반으로 국방비를 대폭 늘리고 있다. 현재 중국의 국방비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지만 격차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재정적자에 허덕이는 미국은 군비 지출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이 리비아 공습에 참여하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지휘권을 넘겨준 것은 예전처럼 전쟁비용을 여유 있게 쓸 수 없는 이유도 있다.

미국의 경제위기는 한반도 안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주한미군이 충분한 예산을 배정받지 못하면 대북 억제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중국의 팽창은 북한의 모험을 부추기는 불안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 상황을 복합적인 시각에서 분석하고 대비하는 국가 전략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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