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지식사회로 진입하면서 지식자원은 국가경쟁력의 원천이 됐다. 우리나라와 같이 인적 자원의 우수성으로 선진국가에 진입하려는 나라에서 지식의 중요성은 더 강조할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국가 R&D 투자액은 총량으로 세계 7위, 국내총생산(GDP) 대비로 세계 4위다.
우수한 논문 한 편이 더 가치
이런 결과로 과학기술 국제학술지에 게재된 우리나라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 논문 편수는 1991년 1818편으로 세계 32위 수준에서 2000년 1만2013편으로 16위, 2010년 3만5623편으로 11위로 뛰어올랐다. 해외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이 20년 사이 20배 이상의 양적 증가를 이룬 것은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양적 증가가 질적 우수성을 말해 주지는 않는다. 수백 편의 평이한 논문보다 한 편의 우수한 논문이 더 의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논문의 우수성을 그 논문이 얼마나 많이 인용되는지, 논문이 게재된 학술지가 얼마나 큰 영향력이 있는지로 또다시 평가된다.
우리나라 학술연구의 수준은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과학기술의 경우 대부분의 우수 논문이 해외 저명 학술지에 게재되는 것은 이제 보편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인문사회 학술연구의 경우 해외보다 국내 학술단체나 학술지를 통해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이러한 연구 업적의 질적 수준을 제고하기 위해 한국연구재단이 마련한 제도가 학술지를 재단에서 인정해주는 등재지 시스템이었다. 이러한 등재지 시스템이 도입되고 나서 우리 학계에는 학술논문의 질적 향상과 함께 엄청난 학술단체의 신설과 학술지가 나타났다. 그러나 국내 학술지의 급격한 양적 성장은 연구 업적의 양에만 치중하는 논문 양산과 보다 용이하게 논문을 게재할 수 있는 학회의 난립 문제를 낳았다. 2011년 2월 현재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 홈페이지에 가입된 학술단체는 총 7372개(학회 2690개, 대학부설연구소 4351개, 기타 331개), 등재(후보)학술지는 총 2100종이다. 하지만 이러한 학술논문의 양적 팽창은 논문의 질적 향상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예를 들어 국내 학술논문의 급격한 양적 성장에 반해 국내 학술논문의 80% 정도는 어디에도 인용되지 않는 ‘나 홀로’ 논문으로 남겨지고 있다고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한국연구재단에서 ‘한국형 SCI’, 즉 KCI를 개발했다. 학술지의 내용과 질적 수준을 평가할 수 있는 과학적인 기준과 인용정보 분석을 통해 학문의 동향과 정책 수립을 위한 평가지표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또 SCI를 제공하는 톰슨로이터사(社)와 협약해 SCI와 KCI의 데이터베이스를 연계하려 하고, 이 연계가 완료되면 국내 논문의 글로벌 유통기반이 마련돼 국내 학술지의 세계화가 진전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학술지의 세계화도 노력해야
이제 과학기술 논문의 SCI를 통한 평가뿐 아니라 국내 인문사회 논문도 KCI를 통해 그 질적 수준이 객관적으로 평가될 것으로 보인다. KCI 제도의 도입으로 우리나라 학술 연구가 또 한 번 비약적으로 도약하기를 기대한다. 이를 잘 활용하려면 학문적 다양성에 맞춰 학문 영역 간 차이를 고려한 인용지수를 적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국내 학문적 특성을 반영한 학술지뿐만 아니라 저자 단위, 논문 단위, 기관 단위의 분석을 통해 인용에 기반한 평가지수를 제공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객관적 지표의 개발은 학문의 질적 수준 향상을 돕기 위한 보조적 성격에 그쳐야 하고, 이러한 제도의 정비가 또 다른 양적 경쟁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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