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의대 A 교수는 5년간 연구원들의 인건비를 공동 관리한다며 1억6000만 원을 개인용도로 썼다. 공대 B 교수는 연구원 인건비를 자신의 계좌로 옮겨놓고 7100만 원을 유용했다. 공대 C 교수는 연구원이 아닌 교수와 학생에게 6000만 원을 인건비로 줬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연세대 연구비 집행 실태를 감사한 결과 검찰에 고발한 사안이다. 연구비로 차에 기름을 800만 원어치나 넣는 등의 ‘가벼운’ 사안에 대해서는 경고, 주의에 그쳤다.
▷연세대는 서울대에 이어 두 번째로 연구비 지원을 많이 받는 대학이다. 2009년엔 2597억3200만 원을 받았다. ‘연구비관리 우수인증기관’인 연세대가 이럴진대 다른 대학은 어떨지 겁날 정도다. KAIST는 세 번째로 많은 지원(1932억2500만 원)을 받는다. 지난해 KAIST 대학원 총학생회의 설문조사 결과 “약정됐던 연구인건비 전액을 받았다”는 응답은 21.2%에 불과했다. 상당수 연구실에선 ‘랩(Lab)비’라고 불리는 공동예산으로 연구인건비 일부를 떼는 일이 관행처럼 돼 있다.
▷교수들도 할 말은 있다. “연구비를 받는 순간부터 잠재적 범죄자가 되는 기분”이라는 한 교수는 “연구비 집행에 제약이 너무 많아 ‘걸면 걸리게’ 돼 있다”고 했다. 최근 자살로 KAIST 교육에 대한 사회적 논란을 더 키웠던 KAIST의 P 교수의 경우, 인건비 1억554만 원을 공동 관리하다 이 중 2214만 원을 유용한 것으로 교과부 감사에서 드러났다. 하지만 일각에선 “연초에는 예산 처리 문제로 연구비 지급이 안 되기 때문에 P 교수가 이때 쓰기 위해 따로 연구비를 떼어두었던 것 같다”고 추정한다. 규정을 어긴 것은 맞지만 연구실 운영상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교과부는 지난달 각 대학의 산학협력단장과 연구처장들을 모아 ‘연구비 관리 및 집행의 투명성 제고’ 회의를 여는 등 연구비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얼마나 개선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대학과 국가의 연구개발(R&D)을 위해 국민 세금으로 보내준 연구비를 ‘눈먼 돈’쯤으로 아는 교수라면, 교수 자격이 없다. 현실에 안 맞는 내용으로 작은 꼬투리만 잡혀도 범법자가 될 수 있는 경직된 연구비 규정도 바꿀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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